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편입제도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약대가 2022학년도부터는 고교 졸업생을 신입생으로 뽑아 6년제 교육과정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약학대학 학제개편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전문가 정책건의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고교 졸업생을 신입생으로 뽑아 4년간 가르치던 방식에서, 편입생만 뽑는 방식으로 2009년 약대 학제를 바꿨다. 자연계·이공계 등에서 2년을 수료한 학생이 PEET 시험을 보고 약대 1학년으로 편입해 4년을 배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약대 편입을 위한 자연계·이공계 학생들의 이탈이 심화하고 편입을 위한 사교육비가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의학계·약학계·정부 관계자 등으로 이루어진 정책자문단을 꾸리고 개편 방안을 논의해왔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약대 편입생 1.800여명 중 화학·생물계열이 1.100여명에 달해 기초학문 황폐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약대 편입을 위한 시간적·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약학대학의 교육 연한은 현행과 같이 6년을 유지하되 통합 6년제와 현행 2+4년제를 대학이 자율로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통합 6년제의 경우 약대가 고교 졸업자를 선발해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약학 교육을 할 수 있게 된다. 2+4년제의 경우 진로 선택의 기회가 비교적 개방적이고 약사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교육부는 35개 약대 가운데 대다수가 6년제를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6년제를 택할 경우 입학정원이 그대로라도 4개 학년에서 6개 학년으로 학생이 늘면서 편제정원이 50% 많아지는 상황이 된다.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고 편제정원을 늘리려면 대학설립운영규정상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확보할 여력이 되는 대학은 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요건을 확보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 학과의 편제정원을 흡수해야 해 학교 내에서도 구성원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통합 6년제 학제로 통일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시행초기에 2+4체제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선 분분했다.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통합 6년제는 이공계 교육 황폐화 문제 해결, 실무능력을 겸비한 약사 양성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이자 약학 교육 개선을 위한 최선의 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4체제와 통합 6년제를 대학 선택에 따라 병행할 경우 교육 이질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영 아주대 의대 교수는 “대학별 자율선택안은 과도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합 6년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통합 6년제로 가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김성진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2+4 편입제도로 고통받았던 이공계 대학들과 의약학 분야 발전을 위해 통합 6년제가 정착돼야 한다”며 “대학들이 자율적인 정원 조정 등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건의안과 공청회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제개편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상반기 안에 법령 개정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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