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VW)이 배기가스 방출 조작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인간·원숭이 가스 흡입 실험’ 결과가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시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31일(현지시간) 독일의 DPA 통신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 법원에 가스 흡입 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폴크스바겐과 다임러, BMW 등이 지원해온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 외부 연구소에 의뢰해 원숭이와 인간을 상대로 자동차 배기가스 흡입 실험을 한 결과를 전달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측 변호사들은 지난해 10월 17일 이 증거 자료를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들은 이 자료가 배심원들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해 제출됐고, 이번 소송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폴크스바겐 측 변호사들은 지난달 26일에도 마지막으로 증거 기각 요청을 했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에 대해 폴크스바겐 측은 “법적 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원고 측 변호인은 “폴크스바겐이 고의로 사기를 치려했다는 증거가 법원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간 빌트는 자동차 업체들이 애초 기대한 것과 달리 유해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등은 원숭이와 인간을 상대로 실험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고 파문이 일자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UGT(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은 아헨공대 연구소에 의뢰해 4주 간 ‘건강하고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1주 1회, 3시간씩 다양한 농도로 질소산화물을 흡입한 뒤 건강을 점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EUCT는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민간 의학연구소인 LRRI에 의뢰해 원숭이 10마리를 가둬 놓고 하루 4시간씩 자동차 배출가스를 맡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인 마티아스 뮐러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다”면서 “EUGT가 비윤리적이고 혐오스러운 방법을 사용했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빌트는 내부 이메일을 근거로 폴크스바겐의 고위급이 연구를 애초 알고 있는 등 연루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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