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지금 투기로 버블 상태인데 꺼졌을 때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됩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으로 빨리 스마트계약이나 개인간거래(P2P) 등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가 나오게 끌어줘야 합니다.”
정유신(59·사진) 초대 핀테크지원센터장은 1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강대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전자금융법 등 복잡한 이슈가 걸려 있어 블록체인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애로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5년 출범한 핀테크지원센터는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대우증권 IB사업본부장,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증권 대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을 거친 뒤 현재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가상화폐도 블록체인 등 실생활 서비스와 연결될 때 핀테크(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라든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보안성이 매우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을 활성화하고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쟁탈에 나설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지금은 투기와 버블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신사업 가능성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중국이 지난해 10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했지만 앞으로 통제 가능한 선에서 중국판 가상화폐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고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때 법적으로 난관이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할 때 블록체인 육성책을 쓰며 보완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권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위·변조 방지 등 쓸 수 있는 것이 많다”며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인센티브를 많이 줘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편결제, 송금, 개인간거래(P2P), 크라우드펀딩(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로보어드바이저(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고객과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는 서비스), 보험 핀테크, 인터넷은행, 주식 예탁결제 등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적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거래와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중개인 등 3자 검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이 유용하다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기존의 1·2·3차와 달리 금융 서비스를 포함한 것으로 금융사가 핀테크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거나 스핀오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센터장은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가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 전자상거래 1위인 알리바바라든지 요즘은 산업과 금융이 결부되는 사례가 많은데 은산분리의 취지는 살리면서 새로운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라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