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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가치 있는 삶에 대한 참구

이영 테르텐 대표

<參究·꿰뚫어 밝히기 위해 집중함>





매년 마지막 주 배낭을 메고 비행기를 탄다. 올해 테마는 ‘동안거’.

이번에는 제주도로 정한 후 관광객이 드문 어느 동네에 집 한 채를 구했다. 그리고 책 여섯 권과 노트북을 챙겼다. 아침이면 바다가 보이는 창가 앞에서 명상을 하고 오후에는 숲길과 올레길을 걷고 오름에 올랐다. 그리고 저녁에는 책을 읽었다. 내가 참구하고 있던 화두는 ‘가치 있는 삶’이었다.

최근 세상과의 치열한 전투를 치러내며 지속적인 승전보를 전해왔던 40대 후반, 50대 중반의 친구와 지인이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할 뻔했다. 죽다 살아난 이들은 수술 후 하나같이 똑같은 얘기를 했다. “앞으로는 가치 있는 삶을 살 거야.”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고민하며 살아왔던 이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싶었다.

이미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OUTLIER)’에서, 라이언 홀리데이는 ‘돌파력’에서, 그리고 최근의 앤절라 더크워스는 ‘그릿(GRIT)’을 통해서 더 이상 재능과 지능이 아닌 노력과 열정, 끈기, 돌파력이 성취와 성공의 열쇠임을 데이터와 과학적 조사 사례들로 증명해 보였다. 이제 목적한 성공에 다가가는 방법론은 알았으니 진정한 의미의 성공한 삶을 위해서는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아는 공직자 한 분은 ‘봉기불탁속(鳳饑不啄粟·봉황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을 좌우명으로 삼고 똑바로 앞만 보고 일했다. 그리고 수십년간 지켜내고 도달하고자 했던 가치들은 그 사람에게 내재돼 궁극에는 그 사람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유대인인 나의 이스라엘 지인은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보석이 아닌 지식과 지혜라고 믿는다. 이는 수많은 전쟁과 피난으로 소유하는 것의 허망함을 깨달은 선대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라고 가르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가치의 계승이 있었기에 유대인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는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의 작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내면의 울림을 주는 그의 명작들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준 말이 있었다. “욕망이 너의 눈을 가려 삶을 이끌었다면 인생은 생각보다 허망하고 덧없는 꿈이었음을 탄식하게 되리다.”

2018년 새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소망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을 얻고 싶다, 그리고 무엇이 되고 싶다. 이런 소망이 실현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한 해를 보내는 것도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술(戊戌)년 새해에는 여느 때와 달리 어떤 가치를 위해 하루하루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지금의 나를 넘어선 좀 더 큰 자아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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