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과 청와대 외부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청와대가 29일 확인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과 최 회장의 만남은 임 실장의 UAE 방문과는 별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양국 관계 개선을 통해 우리 기업의 UAE 사업 관련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UAE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의 한 방송매체는 최 회장이 최근 임 실장과 만나 SK의 UAE 사업 관련 어려움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UAE와 체결했던 각종 공식·비공식 계약들을 현 정부가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UAE 측이 반발했으며 SK의 한 계열사의 경우 10조원 규모의 정유시설 건설 계약이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UAE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막고 UAE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9일 임 실장을 특사로 파견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에서 “임 실장이 최 회장을 청와대 외부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만남과 임 실장의 UAE 방문은 별개”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본지 통화에서 “임 실장이 UAE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를 만나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정상급을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임 실장과 무함마드 왕세제가 만남으로써 우리 기업의 UAE 내 사업, 양국 관계 개선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내년 초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방한하면 우리 기업의 어려움, 양국 관계 등이 개선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정부가 친노동적이라고 하는데 기업들의 사업이 어렵다면 지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임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UAE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우리 기업들이 처한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목적으로 UAE를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UAE 측이 왜 우리 기업에 경제보복을 가하려 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 문제와는 별도로 청와대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과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해 처음에는 파병 장병 위문이라고 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보완했다. 그 이후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새로운 내용을 공개했다. 28일에도 임 실장이 SK 사업 애로 등을 해결하기 위해 UAE를 찾았다는 보도에 “포괄적 우호 증진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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