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명당은 따로 있다(?)’
한 번의 샷으로 볼을 홀에 집어넣는 홀인원은 골퍼들의 ‘로망’ 중 하나다. 에이스라고도 불리는 홀인원은 황홀한 기분도 기분이지만 3년간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 때문에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가 추산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2,000분의1. 밝아오는 새해에는 당신도 홀인원의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올해의 홀인원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에이스가 터진 골프장과 홀은 어딜까. 국내에서는 대한골프협회가 홀인원 집계를 한다. 홀인원이 나온 해당 골프장의 요청에 따라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전국 400여곳 골프장 중 대한골프협회 회원사 골프장 96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다수가 골프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곳들이어서 참고할 만하다.
26일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발급한 홀인원 인증서는 모두 2,109장. 그 가운데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와 경기 용인의 아시아나에서 나란히 114개씩의 홀인원이 나와 최다를 기록했다. 두 곳 모두 36홀 규모다. 아무래도 많은 홀을 보유한 곳의 발생 건수가 많았다. 27홀 규모의 코리아가 90개, 36홀인 88CC가 85개로 뒤를 이었다. 64개가 기록된 실크리버는 공동 9위로 18홀 골프장 중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반면 레이크힐스제주와 제주클럽나인브릿지에서는 3개씩만 나왔고 떼제베·스프링데일·에머슨·에콜리안정선·울산·임페리얼레이크·태광·화순·휘닉스(옛 휘닉스파크)는 1개씩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홀인원이 나온 최고 ‘명당 홀’은 레이크우드 꽃길코스 3번홀로 무려 20개가 쏟아졌다. 넓은 그린의 왼쪽에 해저드가 있는 이 홀은 레귤러(화이트) 티잉그라운드 기준으로 그린 중앙까지 거리가 119~128m로 짧고 완만한 내리막 경사가 있어 실제 거리는 그보다 더 짧다.
레이크우드는 산길코스 2번과 물길코스 3번홀이 나란히 19개씩으로 공동 2위, 그리고 산길코스 5번홀이 15개로 공동 9위에 오르는 등 10위 내에 4개 홀이나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끈다. 물길코스 3번홀의 경우는 내리막 경사이기는 하나 레귤러 티에서 160m가 넘고 왼쪽의 해저드가 그린 전방의 절반까지 들어와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은 곳이어서 짧고 쉬운 홀이 유리하리라는 예측을 무색하게 했다. 19명에게 기쁨을 선사한 아시아나 동코스 11번홀(115m)은 전통적으로 ‘홀인원 인심’이 후한 홀로 골퍼들 사이에 이름나 있다.
홀인원 기록자의 성별은 남성이 약 74%로 나타났다. 골프인구의 성비를 유추해볼 수 있는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40대 말~50대 후반인 1960년대생이 약 43%로 가장 많았다. 1970년대생이 27%, 1950년대생이 20%로 뒤를 이었고 1940년대생 9%, 1980년대생은 2%였다.
홀인원을 할 때 사용한 볼의 브랜드는 타이틀리스트 40%, 볼빅 18%, 캘러웨이 10% 등의 순이었다. 사용한 클럽의 브랜드는 매우 다양한데 미즈노(15%), 혼마(9%), 투어스테이지(6%)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진기록도 있었다. 오모씨는 10월30일 코리아CC에서 라운드를 즐기던 도중 크리크코스 4번과 6번홀에서 연달아 홀인원을 기록했다. 4월 충남 부여의 백제CC 한성코스 6번홀에서는 두 명의 여성 골퍼가 차례로 놀라움의 함성을 내질렀다. 연속 홀인원과 같은 홀 2개의 홀인원은 각각 확률 6,700만분의1과 2,600만분의1에 불과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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