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은 총수 일가가 계열사로 하여금 총수 가족들에게 부당 급여를 지급하거나 계열사의 이익을 개인 회사에 넘겨주는 등 기업 사유화의 단면이 분명하게 드러난 사안”이라고 정의했다.
기업 사유화의 출발점이자 정점에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신 총괄회장이 롯데의 창업자 및 총수라는 절대적 영향력을 이용해 범행 전 과정을 장악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실제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 총괄회장은 징역 4년으로 이번에 재판을 받은 롯데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은 우리나라 1세대 기업인을 대표하고 그룹 임직원은 물론 경제계의 거목으로 거울이 돼야 할 상징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며 “하지만 법질서에 따른 경영이 요구됨에도 계열사 자산을 사유재산처럼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그룹 총수 일가 일원이자 롯데쇼핑의 최고경영진이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면서 신 총괄회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신 총괄회장의 사실상 배우자라는 지위에서 이번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유죄가 인정됐다.
전문경영인 중 유일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채정병 전 정책본부 지원실장에 대해 재판부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보다 오너 일가에 충성하면 성공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졌다”면서 “다만 지시에 맞서 다른 판단을 제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서는 실제 경영진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경영상 책임을 직접 부담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급여 지급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라고 봤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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