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지켜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원유 생산 및 수입을 추진해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발 셰일혁명으로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차질이 예상되자 근본적인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가 미 양대 셰일 산지인 퍼미언과 이글포드 광구의 자산들을 인수하기 위해 다각도의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람코는 미 휴스턴의 LNG 회사인 텔루리언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이 회사와 LNG 수입 계약을 맺기 위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사우디의 해외 수출이 줄고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근본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의 대미 석유 수출은 지난해 9월 3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 연구소장은 “셰일혁명의 충격이 얼마나 극적인가를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는 기존 석유·천연가스를 뛰어넘는 경제성을 지닌 셰일 오일 자산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LNG 수입도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원유를 태워 전력을 생산해온 현재보다 원유 수출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WSJ는 “사우디가 셰일 생산에 투자하면 미국의 원유 산업 이해도를 보다 높일 수 있다”며 “사우디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추출이 어렵고 정제비용도 높아 수입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아람코 상장을 앞두고 몸값을 키우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미국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수출할 경우 아람코의 사업구조를 다변할 수 있다”며 “이는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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