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자행한 각종 정치개입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2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MBC 등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각종 정치개입 사건에서 ‘정점’으로 평가받는 원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기소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지난 7일에는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 운영과 관련해 국고손실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재임 시절 국정원이 야권 정치인을 제압하는 공작을 벌이거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이 방송에서 배제·퇴출당하도록 압박하고 소속 기획사의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정치개입을 지시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를 받는다.
검찰은 특히 원 전 원장이 2009년 무렵부터 MBC 등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도록 한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MBC의 친정부화 전략과 관련된 내용과 좌파연예인(블랙리스트) 관련 부분, 문성근·김여진씨 합성사진 등을 위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외 관제시위 등 몇 가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의 다양한 불법 정치공작 관련 혐의와 관련해 보강 조사를 벌인 뒤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각종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중추적 인물로 꼽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도 불러 조사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비판적 성향의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하차시키거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해 견제하고 야권 정치인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 공작 활동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됐다. 그는 또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민간인을 사찰하는 등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불법사찰 등 혐의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검찰의 출석 요청을 거부하던 그는 검찰의 설득 끝에 이날 소환에는 응했다. 그러나 여전히 진술은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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