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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의 힘?...공기업 "40세 신입사원도 흔해요"

서울교통公·한전·가스公 등

30대 후반·40세 이상 채용

나이로 망설이던 지원자 도전 늘어

로스쿨·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

경력 포기하고 신입 입사도 증가





국내 대형 유통마트 A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1년 전 퇴직한 김지민(가명·31)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과 서울교통공사 신입 공채에 동시 합격했다. 김씨는 “이전 회사에서 퇴사한 동기들이 많은데 신입이라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실제로 이번에 함께 합격한 동기들을 보니 30대가 제법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공기업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B씨는 최근 들어 직장인들의 상담 문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B씨는 “요즘 대리·과장급 연차의 직장인이 공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재취업하겠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실제로 수강생 5명 가운데 1명꼴로 30대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 도입되면서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10년 넘는 경력의 직장인도 신입으로 재취업하겠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원가에서는 ‘40세 신입사원’ 시대가 일상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1일 주요 공기업과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합격자 나이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신입사원을 408명 선발했는데 30대 이상 합격자가 72명을 차지했다. 특히 고령 신입합격자 2명은 40세였다. 이 밖에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전력공사·기술보증기금·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대구도시철도공사 등도 40세 이상 신입사원을 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공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예금보험공사 등에서는 30대 후반 합격자가 올해 처음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합격 나이가 갈수록 올라가는 배경에는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기업은 그동안 나이·스펙 등의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고 선발해 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아예 못 박으면서 나이를 사유로 탈락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나이 문제로 지원을 망설이던 지원자들 역시 블라인드 채용이 공식화되면서 과감히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학원가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등 공공기관 채용 관행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나이·면접성적 등 비정량적인 요소보다 필기성적 등 객관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신입을 뽑으려는 경향도 고연령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채용을 진행한 한 발전공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면접 때 나이나 이전 경력은 일체 묻지 않고 질문 역시 가급적 평이하게 진행해 나중에 감사를 받더라도 논란의 소지를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지원자 나이 역시 이전에도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정말 나이 제한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로스쿨·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들이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고도 신입으로 재입사하는 사례가 많아 신입사원 합격 나이도 자연스레 올라가고 있다”며 “로스쿨생 역시 변호사 자격을 활용하지 않고 신입사원으로 일반 응시를 하거나 최근에는 변호사 시험을 보지 않은 2·3학년 학생들의 지원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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