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트라우브(사진) 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현 세종연구소-LS 연구위원)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지도자들은 북핵이 단순한 방어나 억지 목적이 아니라 공격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979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8년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국무부 한국과장까지 지낸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1~3차 북핵 6자회담에 참여했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억류된 미국 기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방북할 때 동행하기도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핵을 ‘궁극적으로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스트라우브 전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두 번째 ‘한국전쟁’의 길을 닦기 위함이라는 게 워싱턴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는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당 지도자들까지도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북핵이 단순히 정권 방어용이라고 믿는 우리 인식과는 대조적이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회 연설 내용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방한 당시 국회에서 “한국이 성공할수록 더 결정적으로 한국은 김정은 체제의 어두운 환상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번영하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독재체제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압도적인 번영이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한국을 파괴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 ‘평화협정이 북핵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1996년부터 약 1년간 진행된 평화협정 협상 당시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한반도에서 모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뿐이었다”면서 “그 기조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한미 간 인식차가 드러날수록 동맹은 약화되고 김정은은 현재의 행보를 강화하려 들 것”이라며 “양국의 당국자들이 비공개 석상에서 터놓고 대화해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