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소녀시대 서현(서주현)에게 2017년은 터닝 포인트가 되는 해였다. 그룹으로서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으며, 개인으로서는 솔로 앨범도 발매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아 열연도 했고, 15년간 몸 담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와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서현과 MBC ‘도둑놈 도둑님’(극본 손영목 차이영, 연출 오경훈 장준호)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는 어느새 서현이 걸어온 전반적인 행보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서현은 자신이 쌓아온 것을 차곡차곡 되짚고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확신 있는 눈빛으로 직시했다.
‘도둑놈 도둑님’은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기득권 세력에 치명타를 입히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다룬 드라마. 서현은 극 중 특수부 수사관 강소주 역을 맡아 지현우, 김지훈 등과 호흡을 맞췄다. 첫 주연인데다 50부작이니 부담도 있었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고된 나날들이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배운 것은 많았다.
“소주가 강단 있고 항상 굳센 성격이다. 캐릭터와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성격 중 소주와 가장 비슷한 모습을 극대화시켜야겠다고 생각 했다. 평상시와 촬영할 때를 구분하지 않았다. 원래도 성격이 밝았는데 더 밝아졌다. 입 꼬리만 올리고 있어도 엔돌핀이 나온다고 하더라. 밝게 행동을 하고 행복하다고 되뇐 덕에 잘 버틸 수 있었다.”
강소주는 서현이 처음으로 맡은 전문직 역이다. 평소 욕심 많은 서현답게 이번에도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경찰서까지 찾았다. 경찰서 내부를 구경하면서 강력계 형사의 명함도 받고 수갑을 채우고 밧줄로 연행하는 것들도 배웠다고. 이렇게 촬영 전에 실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 연기를 공부했다면 촬영 현장에서는 선배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지)현우 오빠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동갑으로 나왔다. 먼저 말 놓으라고 하면서 편하게 대해주셨다. 덕분에 연기하면서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나올 수 있었다. 본인 연기만 하기도 힘들 텐데 저랑 붙는 장면마다 맞춰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 ‘네가 이 인물이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서 접근하기 어렵지 않게 배려해주셨다. 즉흥 애드리브나 환경 변화 등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서현과 지현우는 실제로 7살 차이가 난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이지만 극 중에서는 멜로 호흡을 소화해야 했다. 포옹이나 입맞춤 등 나름의 스킨십 장면도 있었다. 이 역시도 지현우가 잘 이끌어주는 덕에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다고. 서현은 “10년 정도 지나고 나서 후배들과 연기한다면 이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고 존경심을 내비쳤다.
“‘도둑놈 도둑님’은 저에게 배우로서 첫 걸음이었다. 그 발을 내딛기 전에는 두려움도 있었고 어떻게 걸어가야 될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또 엄청난 책임감도 존재했다. 딱 한 발을 내딛고 나니까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다음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역할은 현재 본인의 이미지와 조금 다른 인물이다. 물론 다양한 역할을 다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강소주라는 인물을 통해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영화 ‘범죄도시’ 윤계상의 연기를 보고는 희열까지 느꼈다. 평소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역할을 너무나도 멋있게 표현한 덕에 자신도 뻔하지 않은, 상상하지 못한 연기를 해보고 싶단다.
“완전 악역도 해보고 싶고. 아니면 양아치?(웃음) 늘 하던 것보다는 새로운 게 더 재미있다. 그리고 캐릭터를 통해서 분출시키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제 안에 가지고 있지만 보여드리지 않은 것을 꺼내면서 ‘나 이런 것 있어’라고 하는 느낌. 소주를 연기할 때도 정말 재미있었고 평소 제 모습도 더 거칠어졌다. 매니저가 ‘서현씨 입이 더 거칠어 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더라(웃음).”
서현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이유로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완벽한 회사 시스템에 안주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배우로서의 도전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또 인간 서주현으로서의 도전이다.
“솔로 앨범 활동 계획도 물론 있다. 아직 정확한 시기나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저의 이야기, 저다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소녀시대는 저희끼리 뭉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노래를 많이 보여드렸다. 화려하고 예쁘고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살면서 겪는 다양한 일, 제 인생의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
서현과 서주현은 다른 사람일까. 본인은 무엇으로 불리고 싶어 할까. 이번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소녀시대 서현 대신 서주현이라는 이름이 종종 보였다. 이에 대해 서현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 서주현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어쨌든 같은 사람이니까 무엇으로 불리든 상관없다”고 소신 있게 설명했다. 배우든 가수든 서주현이든 서현이든 지난 시간 배운 것은 같다.
“2017년은 정말 보람 있고 알찬 나날들이었다. 몇 년에 걸쳐 일어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또 압축해서 일어났다. 그래서 감사했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생긴 것 같다. 작품 끝나고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데 이런 시간이 10년 만이다. ‘숨 좀 쉬자’는 타이밍이다. 아무것도 안 할 때의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다.”
10년 동안 서현은 참 열심히도 달렸다. 17살 소녀가 27살 숙녀가 될 때까지. 서현은 이제야 뒤를 돌아봤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렸는데 막상 지금 와서 보니 옆, 뒤를 다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단다. 그러나 10년간 서현을 지켜봐 온 모두는 안다. 그가 쉼 없이 달리면서도 얼마나 많은 것에 애정을 쏟고 노력하고 그로 인해 감동을 자아냈는지. 슬슬 서른을 향해 가는 그는 남은 20대를 어떻게 채워가고 싶을까.
“솔직히 30대도 되게 기대된다.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때 가서 ‘이 정도면 잘 살았네’라고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잣대가 아니라 제 자신이 보는 잣대로. 배움을 좋아하니 새로운 것에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요리를 좀 배워봐야겠다(웃음). 내년에는 내공을 더 쌓고 싶다. 실력도 그렇고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소진했던 것 같다. 이제 더 쌓을 시간이다. 너무 멀지 않은 때에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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