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은 한마디로 ‘긍정 도둑놈’이자 ‘배꼽 도둑놈’이었다.
최근 종영한 웃음과 감동이 반반 섞인 ‘짬짜면 드라마’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의 고독재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훔친 이이경은 고독재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최근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만난 그는 “고독재 기사 관련 댓글을 읽었는데 시청자들이 ‘야 이 도둑놈아, 배꼽 도둑놈아’라고 하더라. ”며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고독재의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이경은 ‘고백부부’에서 주인공 최반도(손호준 분)의 친구이자 1999년대 유행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고독재를 맡았다. 방송 내내 고독재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시청자들에게는 배꼽도둑으로 통했다. 그는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예능 드라마의 포인트를 살려낸 것은 물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매개체로 활약했다. 또한 ‘이즈 고독재’라는 유행어부터 장발과 노란색 과 복을 입고 다니는 공대생 비주얼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화제가 됐다.
이이경은 “금토 밤 11시 드라마를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주셨다. 정말 행복 한 것 같다”라며 ‘고백부부’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제가 개콘보다 웃기대요’ 란 말이 너무 감사한데 그만큼 부담도 생긴다”는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기도 했다.
23일 개봉한 손태겸 감독의 영화 ‘아기와 나’로 스크린으로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그는 ‘고백부부’ 속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영화 속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짜 어른이 돼가는 청년 도일로 열연 중이다.
“도일 연기도 쉽지 않았는데, 제일 어려운 연기는 주인공들이 대사할 때 한마디씩 내뱉는 연기 하닐까. ‘그게 뭐가 어려워?’ 할 수도 있는데 타이밍에 맞춰서 녹아들게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주인공은 힘을 빼서 해도 대본이 다음 걸 견인해 준다. 게다가 모든 신에 힘을 줄 필요도 없다. 코미디 연기의 어려움은 그 다음 코미디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라온다.
‘고백부부’에서 이이경은 손호준과 장나라와 울고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이경에게 손호준은 ‘의지가 되는 형’이었다면, 장나라는 ‘모성애가 느껴지는 엄마’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반전이 있었으니 이이경은 “내가 장나라 누나에게 (챙겨주고 싶은)모성애가 느껴졌다”고 털어놓은 것.
“호준이 형에겐 많이 의지했다. 호준이형이랑 둘이서 카페에서 밤새도록 수다도 많이 떨었다. 진짜 형 느낌이었다. 나라 누나는 매회 울어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감정소비, 체력소비가 많았다. 나라 누나를 만나면 체대 쪽 경력을 살려서 손 마사지도 해드렸다. 나라누나가 아파하면서도 시원하다고 하더라.”
나라 누나는 내가 모성애가 느껴지는 누나였다. 엄마 느낌을 내가 느꼈다.(웃음) 나라 누나가 편의점을 아예 통째로 옮겨올 정도로 우리 차에 맛있는 걸 넣어주셨다. 그래놓곤 ‘미안해 고기 못 사줘서’ 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고기는 제가 다음에...’ 이랬더니 누나가 ‘됐어’ 라고 말하더라. 그럼 난 ‘고기는 제가 다음에 구울게요’ 라고 장난치고 그랬다.”
1989년생 배우 이이경은 서울예술대학 연기과를 나와 2012년 퀴어영화 ‘백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학교 2013’ ‘나인’ ‘별에서 온 그대’ ‘트로트의 연인’ ‘초인시대’‘태양의 후예’ ‘고백부부’ 영화 ‘일대일’ ‘커튼콜’ ‘괴물들’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이경은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소년이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고 털어놓은 이이경은 “어른이 된다는 게 무서운 것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미성숙한 흔들림은 늘 겪는 것 같다. 되게 모순인데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직책이 생기지 않나. 아이였을 땐 사고를 쳐도 내 옆에 담임선생님이 있고, 부모님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점점 그런 게 없어진다. 사회에 나오면 모든 게 준비없이 닥쳐버리니까.”
’고백부부’에서 결혼생활의 실체를 목격한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미뤄야 할 게 결혼이란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솔직히 말해선 빨리 하고 싶은 마음과 늦게 하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란다.
“결혼은 최대한 미루라고 하는 선배들도 하면 너무 좋다고 하더라. 조재현 선배님도 결혼하면 너무 너무 좋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할머니가 결혼 늦게 하라고 해서 30대 중반에나 할까 했더니 할머니가 버럭 화를 내시더라. 옛날 분들은 20대 후반이 늦게 결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놓치고 있었다.”
6년차 배우인 이이경은 연기상에 대한 욕심도 살짝 품고 있었다. 물론 욕심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배우로서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했었던 때는 음... 바로 오늘 아닐까요. 남은 날 중에 오늘이 제일 젊으니까. (이이경에게 행복한 2017년에 연기상 운도 따를까?) 궁금해요. 방송에서 상을 받으면 어떨지. 그 기분이 궁금하고 모르니까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그런데 제가 도둑놈인데 될 턱이 있겠어요? 그것도 배꼽 도둑인데 하하.”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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