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한국 선수들이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선주가 2010년 일본 진출 첫해에 한국 선수 최초로 상금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최근 7년 동안 6차례나 상금 1위 주인공은 태극낭자였다. 안선주(30)가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2014년까지 3차례 여왕의 자리를 꿰찼고 전미정(35)이 2012년, 이보미(29)가 2015년과 지난해에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 사이 일본인으로는 2013년 요코미네 사쿠라만이 상금왕에 올랐다.
올해는 한국 선수들이 막판 뒤집기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21일 현재 상금랭킹 1위는 스즈키 아이(일본·23)다. 시즌 2승을 거둔 스즈키는 1억3,601만엔(약 13억2,7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2위 김하늘(29·하이트진로)이 1억1,618만엔, 3위 이민영(25·한화)이 1억1,193만엔, 4위 신지애(29)가 1억1,126만엔으로 뒤를 쫓고 있다.
JLPGA 투어 2017시즌은 최종전만을 남겨뒀다. 무대는 23일부터 나흘 동안 미야자키현 미야자키CC(파72·6,448야드)에서 열리는 리코컵 투어챔피언십(총상금 1억엔). JLPGA 투어 4대 메이저 중 하나인 이 대회는 정상급 선수 30명만 대결을 펼치는 빅매치다.
관전 포인트는 상금퀸 싸움이다. JLPGA 투어에서 상금 1위가 시즌 최종전에서 결정되기는 4년 만이기 때문에 여느 해보다 큰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4년 연속 타이틀을 따내려는 한국과 4년 만에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일본 선수 모두 우승컵을 양보할 수 없다. 특히 국내 팬들은 미국 무대의 박성현에 이어 한국 선수의 미·일 상금왕 석권을 기대하고 있다.
4명의 후보로 좁혀진 상금퀸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선수는 스즈키. 2위 김하늘에 1,983만엔, 3위 이민영에 2,408만엔 차이로 앞선 스즈키는 이번 대회에서 단독 6위 이내에 들면 추격자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왕관을 쓰게 된다. 김하늘과 이민영은 자력만으로는 역전을 이룰 수 없다. 우승상금 2,500만엔을 거머쥔 뒤 김하늘은 스즈키가 단독 7위 이하, 이민영은 스즈키가 단독 15위 이하로 마치기를 바라야 한다. 2,475만엔 차이의 신지애는 컷오프가 없는 이 대회에서 스즈키가 실격이나 기권으로 상금을 보태지 못할 때만 가능성이 남는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올 시즌 3승을 수확한 김하늘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점이 기대를 걸게 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김하늘은 최종일 6타를 줄이며 추격한 나리타 미스즈(일본)를 1타 차로 따돌리고 합계 9언더파로 정상에 선 좋은 기억이 있다. 스즈키는 공동 6위로 마쳤다. 국내에서 뛰다 올해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2승을 기록 중인 이민영은 박성현처럼 ‘신인 상금왕’에 도전한다. 2014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스즈키는 그 해와 2016년 메이저대회인 JLPGA 선수권을 제패하는 등 통산 5승을 거둔 선수다. 평균 퍼트 수 1위(1.755)의 퍼팅 실력을 앞세워 평균 버디 수 2위(3.71개), 평균 타수 3위(70.74타)에 랭크됐다.
김하늘은 지난주 스즈키에 내준 올해의 선수(메르세데스) 포인트 1위 탈환도 노린다. 스즈키(468.5점)와는 불과 3점 차(465.5점)다. 3위 이민영(454.5점)과 5위 신지애(413.5점)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64점이 주어진다. 1승씩이 있는 안선주·전미정·강수연·김해림·이보미·이지희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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