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지역 동물병원 있나요? 강아지가 아파서요.”
지난해 8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문답게시판에 동물병원을 찾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00동물병원은 어떠세요? 우리 강아지 데려갔는데 좋더라고요.” 답변은 게시글이 올라온 지 4분 뒤 곧바로 달렸고 채택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게시글은 한 명이 두 개의 계정을 이용해 주고 받은 자문자답이었다.
포털 계정 7만 개를 허위로 만들어 ‘입소문 마케팅(바이럴 마케팅)’ 업체에 수억원을 받고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대포폰 130대를 동원해 포털 아이디 7만 건을 만들어 유통하고 그 대가로 2억 6,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업무방해)로 이모(30)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들의 계정을 사서 입소문 마케팅에 동원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로 업체 대표 45명을 추가로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를 운영해 온 이씨는 지난 2015년 지인 서모(40)씨와 휴대폰 대리점 주인 전모(34)씨를 만나 ‘가짜 계정 유통’을 설계하고 공모했다. 이씨 일당은 타인 명의 휴대폰 인증만으로도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악용, 대포폰을 만든 뒤 가상 이름과 생년 월일 등 허위의 정보를 입력해 계정을 만들었다. 계정은 1개당 2,000∼5,000원을 받고 83개 업체에 팔았다. 이들은 아이피 추적을 피하기 위해 VPN(가상 사설망)을 설치해 인터넷 네트워크를 따로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씨 일당이 만든 계정은 온라인에서 일반인이 올린 글처럼 꾸며져 각종 상품 홍보에 쓰였다. 계정을 건네받은 22개 업체는 네티즌이 궁금해하는 듯한 뉘앙스의 질문을 미리 등록하고, 곧바로 다른 계정으로 접속해 의뢰받은 상품을 언급하며 허위 경험담을 작성했다. 업체들은 이 전략으로 800만원에서 6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 한 대형업체는 1억원을 주고 계정 4만 개를 사 6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희망 키워드 검색 상위 노출 건당 1∼10만 원까지 광고주들에게 광고비를 받아 챙겼다.
경찰은 마케팅 업체 정보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포털 거래 게시글을 추적해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나 지식인을 통한 정보유통이 확대되면서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입소문 마케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포털 사이트 가입 절차를 강화하고 허위 광고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검거한 83곳 중 거래 정황을 파악한 22곳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고, 추가 61곳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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