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감을 되찾았다는 징후가 보인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20년 만에 역대 최고 실적 경신을 예고하며 1일 두자릿수의 주가 급등세를 보이자 일본 언론들은 소니가 세계의 기술동향을 읽어내는 선구안을 마침내 되찾았다며 기대감을 쏟아냈다. 내년 3월 끝나는 올 회계연도에 반도체 판매 증가 등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소니는 가상현실(VR)·로봇·인공지능(AI) 제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날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소니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1.44% 오른 4,918엔(약 4만8,2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4,923엔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8년 6월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소니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은 가파른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소니의 2017회계연도 예상 영업이익은 6,300억엔으로 이전 최고 실적인 1998년(5,260억엔)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됐다.
소니의 실적호조를 이끄는 것은 반도체와 게임 부문이다. 반도체 중에서는 카메라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는 ‘이미지센서’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소니가 독보적인 세계 1위를 달리는 이미지센서는 주위 환경정보를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어 향후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소니의 게임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용 신작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매출이 모두 급증했다.
상승기류를 탄 소니는 이날 강아지 로봇 ‘아이보’의 신형 모델을 공개하며 VR·로봇·AI 기술을 활용한 신성장동력의 불을 지피는 데도 박차를 가했다. 소니가 12년 만에 개발한 새 ‘아이보’는 제품정보를 클라우드컴퓨팅에 축적·분석하는 AI 기술을 적용해 인간과의 교감능력을 높였다. 앞서 지난해에는 플레이스테이션용 VR기기 ‘PSVR’를 출시해 신시장인 VR의 업계 표준 선점에 나서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가 20년 전 디지털화의 흐름을 잡은 ‘워크맨’을 출시했듯이 로봇·AI 등 큰 조류를 읽는 모습”이라며 “한때 세계가 동경했던 ‘소니’ 브랜드 복권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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