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람들이 청와대 행진을 하지 말라기에 우리는 여기(청운동 주민센터)에서 멈추겠습니다. 그러나 우린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고 봅니다.”
‘촛불 1주년’ 집회가 열린 28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거리에 집회 참가자 100여명이 붉은색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은 애초 청와대 앞 삼거리까지 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행진을 멈췄다. 피켓을 든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문빠’라 부르며 “현 정부가 못하는 걸 못한다고 하는데 왜 뭐라고 하냐”고 외쳤다. 옆에 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위대 옆에서 팔짱을 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일부 지지자들은 청와대 행진에 항의해 시위대 옆에서 ‘대통령님 수고하십니다’, ‘사랑합니다’와 같은 구호를 외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 진입이 무산되자 입을 굳게 다물고 집회를 지켜봤다.
지난해 첫 종로집회를 기념해 열린 촛불 1주년 기념집회가 ‘친(親)문’과 ‘반(反)문’으로 나뉘었다. 과거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구호 아래 단합했던 집회 참가자들은 1년이 지난 오늘 문재인 정권 지지를 놓고 갈렸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를 비롯한 노동권 단체가 이날 사드 배치·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위안부 합의 등 현안을 놓고 정부를 간접 비판한 탓이다.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대표자협의회(민대협)은 이날 오후 5시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으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옐로우카드를 내미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민대협 관계자는 “사드를 추가 배치한데다 위안부 합의를 아직도 파기하지 않은 현 정부는 박근혜 정권과 전혀 다르지 않은 적폐”라고 비판했다.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 양지혜(21) 활동가도 “신고리원전 개발을 재개하겠다는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는 타협에 불과한 촛불정신”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맞은편 10m 지점에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이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 촛불집회 열혈 참가자였던 임범준(34)씨도 올해는 봉사자 5명과 함께 청와대 행진 반대 현수막 ‘당신은 왜 거기 가야 하나요?’를 내 걸었다. 임씨는 “그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한 이유는 부패한 정권에 경고하기 위함이었다”며 “출범한 지 6개월 된 문재인 정권에 적폐청산 책임을 묻는 퍼포먼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쥐를 잡자 특공대’ 박성범(60)씨도 지난해 춘천에서 매번 집회에 참석해 왔지만 이번엔 뜻을 달리했다. 박씨는 “청와대 행진이 싫어 주최 측에 전화까지 했다”며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시민단체들이 민중의 뜻을 거슬러선 안 된다고 생각해 청와대 앞에서 응원구호를 외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전단지도 등장했다. “촛불 1주년 주인공은 특정 단체가 아닌 일반시민이다”며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하자”는 내용의 전단이다. 하단에는 ‘고마워요 문재인’, ‘믿어요 문재인’, ‘힘을 내요 문재인’이라는 응원 문구도 적혀 있었다.
앞서 퇴진행동 기록위는 촛불 1주년 집회 마무리로 청와대행진을 제안했다가 시민 항의가 이어지자 취소했다. 집회 당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개별적으로 행진하겠다며 오후 8시 30분 경찰에 행진 신고를 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굿바이 수구좌파-자유로운 시민들의 촛불파티’ 참가자들은 “개혁 부진의 잘못은 정부가 아닌 국회”라며 자유한국당 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거나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이 적힌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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