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반발해 향후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초강수로 대응한 것이다.
한국당은 국정감사를 저버렸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정국 주도권을 여권에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 당력을 쏟을 계획이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상황인 만큼 대여투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를 선임한 직후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국정감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권이 바뀐 지 6개월 만에 두 번째 보이콧이다. 앞서 지난 9월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바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방통위가 방문진 관련 법을 무시하고 보궐이사 선임을 불법으로 강행 날치기했다”며 “공영방송 장악 시도의 배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의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전 이사 추천 정당이 보궐이사도 추천한다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최소한으로 막는 장치”라며 “집권세력이 마음대로 이사회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원칙을 스스로 깼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와 한국당은 그동안 방문진 이사 가운데 옛 여권 추천 몫이었던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사퇴하자 보궐이사 추천을 누가 하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한국당은 보궐이사도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방통위는 여당 몫이었으니 지금의 여당이 추천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 여당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하고 야당 추천 몫은 바뀐 야당에서 하는 것”이라며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더불어민주당 추천 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기존 여야 간 3대6이었던 이사회 구도는 5대4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관례상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해왔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이 구도를 이용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은 이 방통위원장의 해임촉구결의안과 방문진 보궐이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또 이 방통위원장이 외압에 의해 이사 선임을 처리했다고 시인했다며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다만 초강수에 대한 역풍을 의식한 듯 향후 국회 일정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27일 의총을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부는 국감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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