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주인 밑에서 감금된 채 노동력 착취와 폭행을 당한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가해자 형사재판 1심을 맡은 법원이 부실하게 재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16일 소송을 대리한 원곡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모씨는 이날 국가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1억 원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법률사무소 측은 “1심 형사 재판부에서 피해자가 진정한 의사로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양형에 반영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처벌불원서는 피고인이 처벌받는 걸 원하지 않을 때 피해자가 작성하는 문서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 2014년 10월 감금과 근로기준법 위반, 영리유인, 준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염전 주인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 형량 산정에는 피해자 박씨 명의로 된 처벌불원서가 참작됐다.
처벌불원서는 A씨 변호인이 선고 사흘 전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항소심에서 처벌불원서가 박씨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2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밝혔지만 형량은 1심과 달라지지 않았다. 법률사무소 측은 “1심 재판부의 불법행위로 지적 장애인인 피해자의 의사가 왜곡돼 반영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는 국가가 배상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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