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핵심 피의자인 ‘어금니 아빠’ 이모(35)씨를 재차 불러 조사했지만 이씨는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유력한 목격자이자 범행을 도운 의혹을 받는 이씨의 딸(14)은 “피곤하다”며 조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5일 검거 당시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이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며 “하지만 이씨가 살인 등 범죄 혐의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등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진행된 1차 소환조사에서 이씨는 대화가 어려워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조사에 임했다. 하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이씨가 어느 정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4시10분께 서울 중랑경찰서에 도착해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의혹을 해소할 만한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체 유기 혐의만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자살하려고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피해자 A양이) 잘못 먹어서 숨진 사고”라며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전히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딸이 의식을 되찾음에 따라 이날 오후 3시께 병원에서 한 시간가량 조사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씨의 딸은 “피곤하다” “자고 싶다” “쉬고 싶다” 라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가 어린 데다 본인이 피로를 호소해 원활한 조사가 불가능했다”며 “구체적으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의 딸에게서 중학생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풀 진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신 유기 과정에 딸이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도주 과정에서 이씨와 딸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경찰은 이씨가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A양의 시신을 유기하는데 딸이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30일 이씨의 딸은 A양에게 ’같이 놀자‘고 연락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경찰은 이후 A양이 이씨에 의해 끈 같은 도구로 목이 졸려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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