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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국내 최대 규모 스타벅스 들어서는 ‘종로타워’의 이유 있는 변화

스타벅스와 자본, 건축의 자연스러운 만남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종로타워’에 들어선다. 6일 부동산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올해 말께 종로타워 1층 로비 일부와 2층 전체를 사용해 국내에서 가장 큰 매장을 열 계획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설계안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면적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최대 매장인 강동구 천호동의 스타벅스 천호로데오점을 뛰어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물단지 구분소유 빌딩에서 도심 랜드마크로 변신하는 ‘종로타워’

싱가포르계 투자자 ‘알파인베스트먼트’ 인수 후

‘종로서적’, 서비스드 오피스 ‘TEC’ 등 유치하며 건물 가치 상승 꾀해

올해 말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위치한 ‘종로타워’ /사진=서울경제DB






스타벅스의 종로타워 입점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부동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의 종로타워 입점을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로타워가 스타벅스를 유치한 것은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종로타워는 도심 한복판이라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수년 동안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삼성그룹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개발해 1999년 준공했지만 애초 판매시설로 계획했던 건물을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하면서 오피스 빌딩 치고는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구분소유라 건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980년대 후반 한보그룹으로부터 종로타워 부지를 사들였으나 토지 매입 과정에서 영보합명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땅은 끝내 매입하지 못하고 건물 지분을 나눠가졌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가 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랬던 종로타워가 변화를 맞이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싱가포르계 투자자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를 통해 종로타워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애초 시장에서는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종로타워 지분 전체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보합명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인베스트먼트는 결국 구분소유인 이 빌딩 전체를 약 3,700억원(3.3㎡ 당 2,000만원 초반)에 사들였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에 걸 맞는 빌딩으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 종로타워는 알파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상징성이 큰 임차인들을 잇따라 유치하면서 건물 가치 향상을 꾀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에는 종로서적을 들였다. 지난 1907년 ‘예수교서회’라는 이름의 기독교서점으로 시작한 종로서적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던 종로서적은 지난 2002년 6월 월드컵 열기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을 때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 밀려 쓸쓸하게 사라졌다. 비록 사업자는 바뀌었지만 그리움이 가득한 이름인 종로서적이 다시 생긴다는 것 자체로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으며, 다시 부활한 종로서적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종로타워로 발길을 옮겼다.

또 홍콩계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인 TEC(The Executive Centre)도 종로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2000년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1호점을 연 TEC는 지금까지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등 프라임 오피스 빌딩 위주로 지점을 여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런 TEC가 종로타워에 지점을 열었다는 것은 종로타워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스타벅스

외국계 투자자들이 투자한 건물 1층에 자리 잡아

브룩필드 투자한 ‘IFC’, 블랙스톤 소유한 ‘캐피탈타워’ 등

건축적으로도 중요한 의미 가진 빌딩 많아

김수근·김중업·승효상·홍순인의 손길 거친 건축물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하고 그의 제자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증축한 대학로 ‘샘터 사옥’. 김수근 건축의 특징인 붉은 벽돌과 담쟁이 덩쿨 사이로 ‘스타벅스’ 간판이 보인다. /사진=서울경제DB




사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타벅스’와 ‘자본’, ‘도심 랜드마크 빌딩’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의 가치까지 높이는 ‘앵커 테넌트(핵심 점포)’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익숙한 사실이다.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 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고, 이제는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건물주가 스타벅스를 찾는다. 실제 외국계 투자자들이 투자한 빌딩에서 스타벅스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한 또 다른 오피스빌딩인 퍼시픽타워 1층에도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으며,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한 더익스체인지서울빌딩, 블랙스톤이 투자한 캐피탈타워, 브룩필드가 투자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등에도 어김없이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

아울러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는 도심 랜드마크 빌딩의 경우 건축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본지 8월 5일자 9면 참조) 종로타워 역시 삼성그룹이 서울을 상징하는 도심 랜드마크로 짓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에게 설계를 맡겼다. 이외에도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위치한 ‘단암빌딩’은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중업씨가 설계한 건축물이며,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샘터 사옥’은 고 김수근 씨와 승효상 이로재 대표의 작품이다. 또 스타벅스 400호점이 들어선 광화문에 위치한 ‘이마빌딩’은 요절한 천재 건축가 고(故) 홍순인씨의 혼이 깃들어 있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건축가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깨어 있고 자본력이 있는 자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대표적이다. 가우디가 건축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를 지지하고 후원했던 실업가 에우세비 구엘의 역할이 컸다. 이처럼 자본가의 지원에 힘입어 세워진 건축물들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도심의 랜드마크가 되고, 그곳에 스타벅스가 자리를 잡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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