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두 동남아시아 여성의 옷과 몸에서도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5일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에 대한 4일 차 공판을 진행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라자 수브라마니암 화학무기분석센터장은 이날 공판에서 흐엉이 범행 당시 입고 있던 흰색 상의에서 VX 신경작용제를 발견했다고 증언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흐엉의 잘린 손톱에서 분해된 VX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아이샤가 범행 때 입고 있던 티셔츠에서 VX 신경작용제의 부산물인 VX 산성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흐엉과 아이샤가 VX 신경작용제로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처음 나온 것이다.
앞서 재판부에 제출된 김정남 부검 보고서와 증거에 따르면 김정남의 얼굴뿐 아니라 눈과 혈액, 소변, 의류, 가방 등에서 VX 신경작용제와 그 부산물 등이 검출됐다.
김정남 시신 부검 의사인 모하마드 샤 마흐무드는 “사인은 급성 VX 신경작용제 중독”이라고 증언했다.
라자 센터장은 VX 신경작용제가 물과 반응하면 분해되면서 검출 가능한 부산물을 남긴다며 VX 신경작용제를 제거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 물질에 노출된 지 15분 안에 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샤와 흐엉이 지난 2월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어낸 것으로 당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리얼리티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아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