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던 치킨집을 권리금까지 받고 타인에게 넘긴 뒤 근처에 새로 치킨집을 차린 사업자가 매장을 넘겨받은 업주에 배상금 1,2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 부장판사)는 사업자 A씨가 자신에게 치킨집을 넘긴 B씨를 상대로 낸 경업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5년 5월 A씨로부터 권리금 7,000만원을 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시의 한 치킨집을 넘겨줬다.
이후 B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이 넘겨준 가게에서 약 2.48㎞ 떨어진 곳에 다른 상호로 치킨집을 개업해 올해 3월까지 영업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기존 가게를 양도하고도 7개월 만에 가까운 곳에 똑같은 업종의 가게를 내 재산상 손해를 입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치킨집 영업을 양도한 B씨는 양수인 A씨에 대해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7개월만에 새 치킨집을 개업해 동종 영업을 함으로써 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상법에 따르면 사업을 양도한 사람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 10년 동안 같은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를 영업 양도인의 경업(競業·경쟁 업종)금지 의무라고 부른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금액 중 일부만 인정하면서 “A씨 가게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B씨의 새 점포 말고 다른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넘겨받은 가게는 B씨가 새로 치킨집을 낸 뒤 월평균 158만원씩 15개월 동안 총 2,377만 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됐다. 재판부는 이중 50%인 1,200만원을 B씨가 물어야 할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경업금지 의무 위반으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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