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1·토니모리)은 동명이인이 많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이름 뒤에 붙는 일련번호가 6으로 가장 높다. 데뷔 2년 차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그에게 팬들이 붙여준 애칭은 ‘러키 식스(Lucky 6)’. KLPGA 투어에서만큼은 6은 행운의 숫자가 맞다.
‘이정은6’이 시즌 4승을 거두며 ‘대세’ 경쟁에서 한 걸음 더 앞서 나갔다. 이정은은 24일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 코스(파72·6,628야드)에서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기록, 3타 차로 여유 있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날 12언더파 60타를 때려 31년 KLPGA 투어 역사상 18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운 기세를 이어간 화려한 우승이었다.
이로써 이정은은 가장 먼저 시즌 4승 고지에 올랐다.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뒤 7월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부터 지난달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매달 우승 가속페달을 밟았다. 아직 2개의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5개 대회가 남아 있지만 모조리 선두를 달리는 상금·대상·평균타수·다승 등 4개 부문의 타이틀 싹쓸이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1억4,000만원의 상금을 보탠 그는 시즌상금 9억9,518만원을 쌓아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2위 김지현(26·한화·7억5,714만원)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2라운드에서 ‘60타의 여인’으로 탄생하며 3타 차 선두로 올라섰던 이정은은 이날 이렇다 할 위기 상황 없이 정상까지 내달렸다. 최종일에만 8타를 줄인 배선우(23·삼천리)가 15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쳤으나 이정은은 흔들림이 없었다. 15번홀(파5)에서 2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배선우는 이번 시즌 우승 없이 세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3타를 줄인 김지현은 동명이인 김지현2(26·롯데), 중견 안시현(33·골든블루)과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에 올라 상금 2위를 지켰다. 3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최나연(30·SK텔레콤)은 공동 27위(8언더파), 올해 US 여자오픈 우승자인 세계랭킹 2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공동 34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최나연과 박성현의 출전으로 이정은의 우승은 더욱 빛을 발한 셈이 됐다.
한편 전날 2003년 전미정(35)이 파라다이스 인비테이셔널(레이크사이드 서코스)에서 세운 KLPGA 투어 18홀 최소타(61타)를 14년 만에 1타 낮춘 이정은은 이날 경기 후 “기록을 경신하고 우승까지 해 더욱 뜻깊다. 타이틀보다는 승수를 쌓아간다는 목표만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