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은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사 처벌을 내리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신 소년법으로 10~13세(촉법소년)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소년부로 송치해 봉사활동· 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도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형에 불과하고 살인 같은 강력범죄도 최대 징역 20년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도록 해 처벌 면제·제한연령이 오히려 소년범죄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벌 연령기준을 낮추자는 쪽은 규정한 지 60년이 넘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시대변화에 맞게 고쳐야 흉포화하는 소년범죄를 줄이고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국내 청소년 범죄가 증가한다고 여기는 것은 착시에 불과하며 소년범 엄벌이 결국 성인 범죄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소환됐다. 지난해에도, 더 오래전 10년 전에도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은 미디어를 통해 늘 단골 소재가 됐고 엄벌 대책은 늘 논의됐다. 사실 청소년 범죄의 대안으로 늘 거론됐던 처벌강화 정책은 다행히 논의에만 그쳤지만 그동안 청소년 범죄는 계속 감소해왔다. 절대적 수만 감소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 수가 감소한 것을 고려해 청소년 인구대비 범죄율 감소를 계산해보면 청소년 범죄의 감소는 청소년 인구 감소율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긴다. 착시현상이다.
소년사범을 엄벌해야 한다는 말은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소년법에 의해 보호사건으로 다루지 않고 어른들과 동일하게 형사사건으로 다루자는 것이고 둘째, 처벌받을 수 있는 청소년 연령을 더욱 낮춰 처벌받을 수 있는 청소년 대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청소년이 형벌의 무서움을 범죄 전에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논의만 있을 뿐 정책 평가 데이터가 없기에 다른 나라의 경험을 빌려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처벌강화는 미국의 형사이송제도를 통해 그 효과성을 논해볼 수 있다. 미국 사회 역시도 청소년 비행 혹은 범죄는 늘 골칫거리였다. 1990년대 청소년 비행과 범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강경 정책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당시 미국은 형사이송제도를 선택했다. 형사이송제도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청소년을 보호하던 소년법을 깨고 나이가 어려도 특정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의 위험이 크다면 소년법원이 아니라 형사법원으로 이송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형사이송이 가능한 연령도 낮춰졌고 형사이송이 가능한 범죄 종류도 늘었기에 실질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 정책이 확대된 것이다. 1979년 미국의 14개 주에서만 시행되었던 이 제도가 1995년에는 21개 주로, 2003년에는 31개 주에서 확대됐다. 그렇다면 엄벌 앞에서 청소년들은 비행과 범죄를 포기했을까. 유감스럽게도 당시 미국의 소년 범죄자 재범률 억제 정책은 실패했다. 형사이송돼 더욱 엄격한 처벌을 받은 소년들은 소년법원에서 교육과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들보다 이후 저질렀던 범죄의 수도 많았고 오히려 처벌 이후 재범까지 걸린 시간도 짧아졌던 것이다.
이들은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혔고 청소년 갱생을 위한 개별화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단순 격리의 시간만을 보내다가 사회로 내보내졌다. 더욱이 형사이송제도를 통해 성인 형사재판으로 이송 결정이 났던 청소년들은 그 문제의 청소년 중에서도 더욱 힘없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었다. 즉 청소년의 형사이송제도 안에도 그 사회의 형사사법제도의 모순과 불평등이 고스란히 반영됐던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연구들은 청소년들이 처벌을 받으면서 반성하지 않고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과 법을 지키며 열심히 살 필요가 없음을 오히려 먼저 깨달았다고 보고했다. 결국 미국은 2004년부터 형사이송 연령을 다시 높이고 형사이송의 범위를 축소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러한 엄벌의 역효과는 비단 청소년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들의 범죄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순 교도소 격리는 사회적 괴물을 키워 사회적 위협을 증대할 뿐 범죄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또한 그 사회적 비용 역시나 만만치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1년 기준 교도소에 쓴 돈이 교육에 쓴 돈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지만 범죄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교도소에 입소하는 범죄자 한 명이 늘어날 때 매년 약 5,500만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학생 한 명에게는 900만여원이 쓰일 뿐이었다. 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다는 촉법소년들의 철없는 말에 분노하고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기에는 우리는 시도하지 않은 보호·예방정책이 너무 많다.
범죄정책은 사람들의 분노가 아닌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처벌이 두려워서 혹은 엄한 처벌을 받았기에 지금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누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들도 그러하다.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삶의 회복에 집중하고 가해자가 만들어지는 원인을 제대로 짚는 반성이 가장 먼저다.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이 정말 필요한가. 그렇다면 청소년 엄벌이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청원과 민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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