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사업 ‘대어’ 수주를 위한 건설사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앞다퉈 거액의 이사비, 후분양제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출혈경쟁 끝에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입찰해 2파전으로 압축됐다. 신반포 8~11차·17차, 녹원한신아파트·베니하우스의 2,898가구로 구성된 한신4지구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최고 35층, 3,685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지어질 예정이다. 예상 공사비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입찰제안서에서 가구당 2,000만원의 이사비와 후분양제를 제시했다. 또 사업추진이 지연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될 경우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방안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이사비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분양시기 선택권을 조합에 제시했다. 또 특화설계 등을 통해 아파트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열세를 보였던 강남에서 공격적인 행보로 최근 신반포 13·14차를 수주하며 이 일대에서 ‘롯데 브랜드 벨트’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롯데건설은 또 새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 스카이브리지 및 수영장 설치 등의 특화설계를 한신4지구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두 회사가 맞대결을 펼친 방배13구역이 GS건설 몫이 됐다는 점에서 강남 지역에서 롯데건설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 GS건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 수주전은 잠실 지역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골든타임 분양제(후분양제), 롯데월드타워 및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브리지, 조합원 분담금 전액 입주 시 납부 등의 조건을 제안했다. 오는 22일 입찰 마감 예정인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GS건설과 롯데건설의 참여가 유력하다. GS건설 역시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한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옥상 수영장 등 특화설계, 이주비 대출 등의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미성·크로바는 예정 공사비가 4,696억원인 잠실 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다. 롯데건설은 미성·크로바에서도 거액의 이사비를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이사비 등 재건축 수주전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입찰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특화설계를 비롯해 수천만원의 이사비 지원, 후분양제 적용 등의 파격 조건을 내세우면서 강남 재건축 과열에 불을 댕겼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사업 수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다 강남 아파트 시세는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에 파격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사업을 대신할 만한 다른 매력적인 일감이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박경훈·이혜진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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