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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레베카’ 정성화, 편견을 넘어선 댄디한 뮤지컬 배우

“‘레베카’는 현재 공연되고 있는 작품 중에서 가장 스마트 한 뮤지컬”

“캐스팅 발표가 나가자, 정성화가 ‘레베카’를? 이라며 많이들 놀라셨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이번 ‘레베카’가 국내에서 네 번째 시즌이다보니 이미 공연의 분위기를 다들 알고 있잖아요. 그 점을 고려하면 저에겐 굉장한 도전이죠. 새로운 막심에 도전하게 돼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화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드문 배우다. 그는 코미디언 특유의 유쾌한 이미지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뛰어넘는 노력과 실력으로 매 무대에서 관객에게 인정받아왔다.

지난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성화는 인기절정의 틴틴파이브 합류 및 탈퇴 이후 드라마 ‘카이스트’ 등을 통해 배우로도 변신했다. 개그맨에서 배우로 변신하더니, 2005년엔 ‘아이 러브 유’에 도전장을 내밀어 뮤지컬 배우의 행보를 걸어왔다. 2007년 ‘맨 오브 라만차’로 첫 주연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2009년 ‘영웅’을 하면서 점차 대중과 평단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뮤지컬배우 정성화 /사진=조은정 기자




특히 정성화는 2010년부터 상복이 터졌다. 2010년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2011년 제2회 서울문화예술대상 뮤지컬 대상, 2012년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어워즈 연기예술부문 남우주연상, 2013년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등을 받았다. 최근엔 뮤지컬 ‘킹키부츠’로 2017 제1회 한국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영웅’과 ‘킹키부츠’는 초연부터 함께하며 정성화의 시그니처 같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12년간 꾸준하게 걸어온 그는 대중의 편견을 깨고 뮤지컬계의 독보적 스타가 됐다. 정성화의 인생 역시 뮤지컬과 함께 온전히 달라졌다.

뮤지컬 경력만 12년째. 수 많은 환호와 트로피를 안겨준 곳이 바로 뮤지컬이지만 그는 여전히 매 작품마다 떨리고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했다. 201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연기하며 더욱 난관에 부딪쳤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는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제대로 발성공부를 하고 온다. 연기 뿐 아니라 소리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난 그가 2017년 선택한 작품은 바로 ‘레베카’이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댄디한 귀족 막심을 선택한 그의 행보에 다들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했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잘생김을 연기하고 있어요. 하하. 배우는 관객으로 하여금 환상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지도 될 수 있고, 귀족도 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행복한 직업입니다. ‘내가 잘생겨보였다니’ 역할을 잘해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독립군(영웅), 게이(라카지)등을 했는데 이번엔 댄디한 귀족이라니 역할이 널뛰기가 많죠. 그점이 더 관객에게 재미있는 기대감을 갖게 해서, 정성화가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가 1938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과, 영화 감독 알프레도 히치콕(Alfred Hitchcock)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작품으로, 2006년 독일에서 첫 프리미어를 성공한 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1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초연된 뒤 올해로 네 번째 공연을 맞았다.

공연은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막심 드 윈터와 재혼한 나(I)가 맨덜리 저택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레베카의 죽음을 밝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에 막심 드 윈터 역에는 민영기, 정성화, 송창의, 엄기준이,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댄버스 부인 역에는 김선영, 신영숙, 옥주현이 캐스팅됐다. 또 맨덜리 저택에 새 안주인이 된 순수하고 섬세한 나 역에는 김금나, 이지혜, 루나가가 캐스팅됐다.

‘레베카’는 귀족 막심과 순수한 평민 나(I)의 성장 이야기를 기본으로 막심과 나(I)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 댄버스와 레베카의 치명적인 독이 되어버린 사랑 두 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댄버스와 레베카의 사랑은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되는 게 많다면, 막심과 나의 사랑은 자칫 잘못하면 평범한 사랑 이야기로만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점 역시 정성화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레베카’는 ‘나’ 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막심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해요. 누군가는 막심이 ‘나’에게 빠져드는 게 급작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특히 뮤지컬은 시간의 제약이 있다보니 내용의 점프가 있잖아요. ‘이럴 것이다’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 부분의 라인을 배우가 디테일하게 처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막심이 ‘나’에게 빠져드는 포인트를 나름대로 몇 가지로 잡았어요. 초반에 ‘나’에게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가족은 없으세요?’ 라고 물어봐요. 그 뒤 답을 듣고 나랑 같은 사람이 또 한명 있구나라고 느껴요. ‘슬퍼보여요’ 란 말을 듣곤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느꼈겠죠. 그 뒤 ‘나’가 말하는 ‘아버지는 참 좋은 분이셨어요’란 말을 듣고 연민을 느끼죠. 이렇게 3단계로 감정의 변화가 있은 뒤 그 여자에게 빠져들어요. 굉장히 디테일하게 해야 관객들 역시 공감 할 수 있어요.”

막심은 내면의 감정 변화가 많은 캐릭터이다. 레베카에 대한 기억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렇다고 늘 우울한 인물만은 아니다. 그의 트라우마는 처음부터 드러나는 게 아닌 맨 마지막에 반전으로 드러난다. ‘칼날 같은 그 미소’ 넘버가 바로 핵심 키로 작용한다. 막심이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의 모든 트라우마가 풀리면서 공감하게 되고, 연민하게 되니 말이다.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은 대단히 매력적으로 볼 수 있어요. 물론 막상 했을 땐 노래 부르기도 어렵고, 굉장히 도전적으로 다가오긴 해요. ‘칼날 같은 그 미소’ 넘버는 막심의 기승전결이 총 망라된 멋진 노래예요. 한 곡 안에서도 미세하게 나뉘는 감정의 변환점이 중요해요. 너무 강으로만 가면 관객도 지치고, 가수도 지쳐요. 약으로만 가면 노래도 심심해지고, 막심의 내면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죠. 감성, 에너지 등 정말 많은 걸 녹여내서 불러야 하는 노래입니다.”

뮤지컬배우 정성화 /사진=조은정 기자


뮤지컬배우 정성화 /사진=조은정 기자


정성화는 뮤지컬 속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고 했다. 감성과 발성이 제대로 담긴 노래는 결국 드라마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드라마가 담긴 노래 앞에서 관객 역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관객들이 내 말을 듣게 해야 한다”고 했다.

“노래가 어렵더라구요.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되게 불안감이 앞서요. ‘못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잠도 못 자고 되게 예민해져요.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간 뒤엔 함께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듣고, 관객들의 반응 및 내 모습도 느끼기도 하면서 보람도 느끼죠. 제가 편하려면 코미디만 하면 됩니다. 했던 것과 비슷한 걸 하는 게 배우에게 편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연기가 들켜요. 배우가 오늘 나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게 보이는거죠. 그렇게 되면 뭘 해도 안 먹히게 되죠. ”

정성화는 ‘레베카’는 현재 공연되고 있는 작품 중에서 가장 스마트 한 뮤지컬이다고 평했다. 그렇기에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뮤지컬이다”며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레베카’는 대사 사이 사이에 있는 언더스코어가 절묘한 작품이죠. 극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치가 절묘하고 훌륭해서 단 한 번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작품입니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분들도 그렇고, 뮤지컬을 많이 본 마니아 분들도 그렇고 모두가 무대 예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죠. 굉장히 유명한 놀이동산에 가면 이것도 타고 싶고, 저것도 타고 싶고 그렇잖아요. ‘레베카’ 역시 볼거리랑 들을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정성화 막심이 “꽤나 인상적이었다”는 평만 나온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밀한 감정선을 잘 전달하는 막심이 됐으면 해요. ‘이런 막심이 있구나’ 그런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음 해요. 저로 인해 막심이란 인물에 대한 해석이 풍부해졌으면 해요. 류정한의 막심은 이랬고, 오만석의 막심은 이랬고 엄기준의 막심은 이랬다고들 말 하잖아요. 정성화의 막심 역시 나쁘지 않았다. 꽤나 인상적이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요. 무엇보다 저와 같이 동글 동글한 사람도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막심’이 되었음 합니다. 하하.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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