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채용 적폐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보수정권 시기 강원랜드에서 대규모 채용비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의 ‘언론 문건’을 문제 삼은 데 대한 맞대응이자 과거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이훈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권교체기이던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2차례에 걸쳐 518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감사팀의 2015년 11월 자체 감사 결과, 합격자 518명의 95.2%에 해당하는 493명이 내·외부의 인사 지시와 청탁으로 선발 시작 단계부터 별도 관리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이러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지난 4월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당시 인사 담당자인 A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혀낸 부정합격자 규모는 271명이었다. 자체감사 때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당시 부정청탁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정치인 중 다수가 한국당 소속이다.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비서관 출신 김모씨가 부정하게 채용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랜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며 “95%에 이르는 채용 대상자가 청탁 대상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규모면 ‘강원랜드 게이트’라 규정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더 놀라운 것은 검찰이 도대체 무슨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믿고 어영부영 부실수사·은폐·방해한 흔적까지 보인다. 영구집권을 믿었다는 것이냐”며 “대체 얼마나 믿는 구석이 많았길래 이 정도로 젊은이의 꿈과 미래를 갈취해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훈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강원랜드 비리를 1년 넘게 조사했으면서도 그 큰 사건을 검사 1명에게 맡겨놨다”고 말했다. 또 “특히 검찰은 청탁자에 대한 조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청탁자를 ‘성명 불상’이라고만 해놨다”며 검찰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권성동 의원의 보좌관만 한 차례 조사한 뒤 단 2명만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끝냈다고 말한 뒤 “검찰을 포함해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해야 한다”며 “권 의원이 떳떳하다면 법사위원장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채용 인사 적폐가 하나둘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당은 의견 정도인 (언론) 문건을 갖고 방송장악 국조 운운하는데 지금 해야 할 것은 한국당 의원들의 공공기관 채용 적폐에 대한 국정조사”라고 주장했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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