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불발되고 있다.
북핵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의 핵심 키를 쥔 시 주석을 움직여야 하지만 통화가 늦어지면서 대북 공조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쇄적으로 통화를 하며 북핵 도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북한 제재와 관련해 열쇠를 쥐고 있는 시 주석과는 며칠째 통화를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중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중국은 이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추가 제재를 겨냥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가로막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5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핵 이슈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채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기 위한 각국 공조의 필요성만 강조했다. ‘북핵 책임론’의 당사자인 중국이 국제회의에서 글로벌 최대 이슈인 북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트럼프 미 정부의 대외정책만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브릭스 5개국 정상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개탄한다”고 의견을 모은 ‘샤먼 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세컨더리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관 전면 제재)’ 카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정책에서 중국과 궤를 같이하는 푸틴 대통령도 이날 브릭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어떤 대북 제재도 소용이 없고 비효율적이며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추가 제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을 목표로 미국이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동결 제안은 모욕적이며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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