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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與野 '기업규모별 3단계 시행' 잠정합의...유예기간은 입장차

■국회 근로시간 단축논의 4대 쟁점

② '휴일근로 중복할증' 행정해석 놓고도 첨예 대립

③ '1주일 8시간' 특별연장근로 추가 허용도 평행선

④ 野 "정부 임금보전 지원"에 與 "추후 논의" 팽팽

여야는 28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5개월 만에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근로자의 여가 확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여야는 세부 쟁점을 둘러싸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이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여야는 기업 규모를 3단계로 구분해 근로시간 단축을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에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 쟁점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야는 29일 오전에 다시 만나 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3단계 시행은 잠정합의…유예기간은 엇갈려=우선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사업장 규모를 △5인 이상~50인 미만 △50인 이상~300인 미만 △300인 이상 등 3단계로 나눠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태경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장은 “여야가 일단 ‘3단계 단계 시행’ 방안에 대한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며 “다만 시행 유예기간을 사업장이 큰 순서대로 1·2·3년을 적용할지, 1·3·5년을 적용할지를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정부가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용창출 규모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갖고 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휴일근로 중복할증’ 놓고 평행선=휴일근로 중복할증 역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이다.

현재 주당 최대 근로가능시간이 68시간인 것은 ‘1주일에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부 행정해석 때문이다. 법정근로(40시간)와 연장근로(12시간)를 합하면 총 52시간이지만 이 행정해석에 따라 별도로 16시간의 휴일근무가 가능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은 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다. 휴일에 근무한 것은 휴일·연장근로를 동시에 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을 합쳐 기존 임금에 100%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중복할증 없이 50%만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8시간을 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지금도 통상임금의 2배를 지급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허용 놓고 대립=‘1주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도입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민주당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일정 기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한 만큼 특별연장근로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특별연장근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노사합의가 있을 경우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노사가 일정 기간 주 60시간의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3월 논의 당시 한국당이 주장했던 내용보다 기업의 부담을 적극적으로 감안한 제안이다. 앞서 한국당은 ‘(처벌 유예기간이 끝난 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4년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野 “임금 보전책 마련해야” 與 “추후 논의”=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 삭감은 불가피하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노동계가 수용해야 할 부분이지만 한국당은 정부가 직접 임금 보전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임금 보전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우선 근로시간 단축 법안부터 통과시키고 추후에 논의할 문제”라고 맞섰다.

한편 여야는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보도한 기사 내용을 놓고 장외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본지는 한정애 간사의 발언을 인용해 정기국회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여당이 행정해석 폐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합의 불발 시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며 그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책임은 감당하지 않고 국민에게 모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정책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무 대책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전면 시행되면 노사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는 29일 환노위를 다시 열고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특례업종 축소 문제 등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기존 26종에서 10종으로 축소하기로 잠정 합의를 이뤘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29일에도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나윤석·하정연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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