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원신연 감독, 배우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이 참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이날 원신연 감독은 “소설의 문체, 독백에 변화를 많이 줘서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소설의 원형이 많이 반영이 돼 있다”며 “소설에서 김병수가 쓰는 일기 등이 그렇다. 다만 영화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직접적으로 느껴져야 해서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김영하 작가의 원작 소설과 유사점을 들었다.
이어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촬영, 미술, 조명 등에 클래식한 느낌을 주려 했다. 인물을 살리려는 조명을 전혀 하지 않아서 클래식하게 보인 것 같다. 톤 자체를 클래식하게 잡았다”고 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독특한 촬영기법을 밝혔다.
원신연 감독은 “여기서는 보통의 나레이션과 다른 방법의 나레이션을 사용했다. 주인공의 되뇌임을 나레이션으로 했다. 그러다보니 1인칭도, 3인칭도 표현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원작을 읽은 이들과 읽지 않은 이들이 영화를 대할 관전포인트로는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그 자체로 소설이라 매력적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김병수를 응원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캐릭터 속으로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게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인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김병수는 연쇄살인범임에도 관객들이 응원하도록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의 설경구는 “솔직히 이번에 김병수라는 역할이 나에게는 큰 산이었다”고 알츠하이머에 시달리는 살인자 역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극 중 김남길은 병수에게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는 태주로 분했다. 김남길은 극 중 설현과의 몸싸움 장면에 대해 “나도 마음이 굉장히 안 좋고 주저했다. 최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이 극한에 다다랐기 때문에 그 때는 물불 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감독님께 이 정도로 설현을 업어치기 해야 되냐고 묻기도 했지만 촬영은 금방 할 수 있었다”라고 현장 에피소드를 말했다.
김남길은 “원신연 감독이 ‘다크나이트’의 조커 포스터를 주면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그래서 이 작품을 유작으로 남겨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캐릭터를 비교적 잘 보내줘서 후유증은 크게 남지 않았다. 연민을 가진 캐릭터였다”고 독특한 캐릭터를 소화해야했던 남다른 과정을 밝혔다.
이에 원신연 감독은 “나는 무술 감독에게 업어치기를 해야 되냐고 물었다. 모든 감정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촬영은 잘 끝났다”고 덧붙였다.
병수의 딸 은희 역을 맡은 김설현은 “선배님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하셔서 내가 몸이 고생했다고 말 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심리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극이 후반부에 갈수록 은희가 혼란스러워지는데 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 여쭤보면 감독님께서 정확하고 섬세하게 얘기해주셔서 의지하며 촬영하다보니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