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입을 다무네(정미경 지음, 민음사 펴냄)=지난 1월 57세를 일기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소설가 정미경의 유작 장편소설이다. 한때 전설적 록밴드의 보컬로 예술의 정점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실패한 가수 율과 수업 과제를 제출하고 공모전에도 내기 위해 그의 현재를 다큐멘터리로 담게 된 이경의 이야기가 책 안에 교차된다. 율의 아내 여혜는 “피사체를 변형시키지 못한 다큐는 실패한 다큐”라고 말하지만 이경은 타인에 대한 지독한 관찰의 결과를 통해 “진짜 삶은 잘려나간 부분, 아웃테이크 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결국 주인공은 율이 아니라 그를 응시하는 이경이며 그 경험은 독자에게도 전이된다. 기형도의 시에서 가져온 제목마저 아프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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