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햄과 소시지로 인해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식품당국이 감염 우려가 제기되는 햄·소시지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식품당국은 날것으로 먹을 경우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당분간 유럽산 소시지는 꼭 익혀 먹으라고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현재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제기된 유럽산 햄·소시지 제품을 수거·검사하고 수거된 제품에 대해서는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가 포함된 모든 비가열 식육 가공품에 대해서도 E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 국내에서 유럽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하면서 가열이나 살균 공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 역시 수거·검사 대상이다.
E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감염되고 옮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앓거나 감염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 손상과 간부전, 신경 손상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치사율은 20%, 유산율도 30%에 달한다. 아직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매체들은 최근 영국보건국(PHE)의 조사 결과 영국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급증하는 주원인이 수입산 돼지고기와 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가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슬라이스 햄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영국보건국은 네덜란드와 독일산 소시지를 섭취한 결과 지난 2010년 368명이던 감염자 수가 2016년 1,243명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보건국은 이들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영국 밖으로 여행한 일이 없는 60명을 무작위로 선정,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E형 간염 바이러스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소시지들은 위생처리가 제대로 안 된 돼지 피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약처는 수입·유통되고 있는 유럽산 돼지고기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우리나라 돼지 상당수도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보고가 속속 나오며 파장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산 돼지 20% 정도에서도 E형 간염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E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된 돼지의 혈액과 간·배설물에 서식하므로 돼지 내장과 피를 사용하는 소시지·순대 같은 식품을 섭취하면 감염될 수 있다. 다만 E형 간염 바이러스는 70도 이상에서는 죽는 만큼 소시지를 충분히 익혀 먹을 경우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살충제 계란에 이어 소시지 파동에 직면한 유럽 보건당국은 E형 간염 바이러스 급증의 원인을 찾고 위험을 컨트롤하기 위해 유럽 각국 정부 및 관련 업계 등과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