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의 휴가를 삭감하겠다는 ‘당돌한’ 보고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올렸다. 문 대통령이 연초에 취임했다면 올해 연차는 당초 예상대로 21일로 산정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5월에 취임했다. 연중 근무일수에서 1~4월을 빼야 하므로 그에 비례해 연차도 3분의2로 줄여 14일만 부여할 수밖에 없다고 이 비서관이 보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크게 웃었다고 한다. 이어 “(총무비서관이 연차 계산을) 합리적으로 하겠다고 하니 주어진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비서실에 지시했다.
연가 기간 계산을 실제 연중 근무기간에 비례해 계산하기로 한 지침은 청와대 내규에 반영된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의 모든 재직자들에게 적용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에 입성한 수석·비서관·보좌관·행정관 등 직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초 기대했던 올해의 휴가일수가 3분의2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청와대 직원들은 과거 정부에서 사실상 임금처럼 매달 수십~수백만원씩 받던 특수활동비도 대대적으로 삭감당한 상황에서 휴일까지 줄어 울상이다.
청와대가 연가 지침을 새롭게 마련한 것은 제도적 허점에 따른 모럴해저드와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새 내규 적용으로 청와대는 연간 2억~3억원 정도의 연가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