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은 항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리 다툼이 워낙 치열해 1심 판결이 2심에서도 이어질지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일단 항소심은 서울고법 부패전담 재판부가 맡을 게 유력하다. 법원은 이달 초 정형식 고법 부장판사를 신설한 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에 임명했다. 이로써 서울고법 부패전담 재판부는 형사1(김인겸 부장판사)·3(조영철 부장판사)·4(김문석 부장판사)·13부로 진용을 갖췄다. 이 부회장은 이 중 한 곳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형사4부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1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린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형량도 징역 4년에서 7년으로 높였다. 정형식 부장판사(현 형사13부)는 지난 2013년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 시절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한명숙 전 총리를 유죄로 봐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형사3부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수천만원대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 실형 판결을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뇌물죄 판단에 까다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재판부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8,000만여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있는 김수천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도 1심 유죄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형사1부 역시 정 전 대표의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인정, 징역 5년을 내린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정 전 대표에게서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수임료 100억원을 챙긴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 6년을 판결했다. 형사3부는 이미 국정농단 사건의 일부인 블랙리스트와 이화여대 학사 비리, 청와대 비선진료 피고인들의 항소심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가 재판 중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과 서로에 대한 뇌물수수-공여 혐의를 받고 있어 2심에서 병합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1심 판결 시기가 달라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는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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