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시민단체들은 현재 이동통신사가 이통 서비스와 휴대폰 단말기를 결합해 판매하는 구조여서 시장 투명성이 낮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며 해마다 단말기 판매와 이통 서비스 가입의 완전분리를 주장해왔다. 올해 통신비 이슈와 함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다음달 발의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완전자급제 찬성 측은 소비자가 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해 통신비를 줄일 수 있고 알뜰폰 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정부의 인위적인 유통시장 개편은 소비자의 원스톱 쇼핑 이점을 없애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영세 이통 판매상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없는 통신 포퓰리즘이 해가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런 시장 개입을 위해 경제학의 어디에도 없는 온갖 이단적 주장들이 판을 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다. 정부는 단말기 지원금을 늘 제한해왔다.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을 할 요인이 있는데 이동통신사들이 가격 경쟁이 부담되니 정부에 로비해 만든 것이 단통법이다. 특히 가격 경쟁에 부담을 느낀 2·3위 업체가 주도적으로 로비한 결과가 단통법이다. 전 세계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가격 담합을 하면 처벌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 회사들에 가격 경쟁을 하지 말라고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단말기 가격 경쟁을 막으면 요금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제한된 단말기 지원금의 할인에 상응하는 가격인하 효과가 없자 초조해진 정부는 약정할인율을 인위적으로 올리고 있다. 통신요금 가격 책정을 정부 공무원이 하더니 이제 서비스 요금도 정부가 디자인하겠다는 ‘보편요금제’를 법제화해 이통 산업을 사실상 부분 국유화하는 반시장주의 관치경제의 지경까지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료 전면 폐지, 한중일 해외 로밍 요금 폐지 같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통신 표퓰리즘 공약을 하고 나서 실현이 불가능하자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회 등 모든 행정권력을 동원해 가계지출 경감 효과도 없이 시늉만 내는 이통 산업의 계획경제화로 치닫고 있다.
이 중에서 다시 들먹이는 것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지금도 소비자가 원하면 이통사가 아닌 곳에서 별도로 단말기를 구입해 이통사에 가 개통해 사용할 수 있다. 즉 현재도 단말기 자급의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말이 좋아 완전자급제이지 단말기를 통신유통점에서 구매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것이 이 제도의 본질이다. 어떤 상품이든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완전자급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시장 유통 구조를 시장이나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유통을 강제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단말기 가격이 더 인하되고 통신요금 경쟁이 더 강화돼 소비자 후생을 높여줄 아무런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완전자급제를 주장하는 측은 우리나라의 단말기 가격이 국제 가격에 비해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젊은 층은 이미 국내외 가격 차가 큰 상품들은 해외 직구로 구매하고 있고 단말기 가격은 국제적으로도 다 공개된 정보다. 만약 국내 가격이 부풀려지고 있다면 정부가 유심 완전 공개를 의무화해 외국에서 값싼 제품을 사서 사용하게 하면 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우선 소비자가 원스톱 쇼핑의 장점을 잃게 된다. 시간적으로도 낭비를 초래한다.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할부로 구매하고 파손과 손실에 대해 보험을 들고 있다. 이 할부와 보험은 이통사들의 월등한 협상력으로 금융회사들과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제공하는 것이다. 영세 유통점들은 이러한 대규모의 협상력이 없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통신 산업은 이제 통신과 콘텐츠·단말기들이 어우러지는 결합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혁신 산업이다. 당연히 매출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 적게 사는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리가 없다.
인위적 유통 개편이 가져올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유통에 관련한 많은 수의 직원을 정리해고해야 한다. 그리고 판매점들은 단말기 판매 이익과 통신 서비스 판매 이익을 합쳐 근근하게 영위하는 영세업자들인데 이를 분리할 경우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증만 두 개로 만들어 형식적으로 분리제도의 시늉만 낼 공산이 크다.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판매점의 생계를 박탈하는 무모한 실험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라는 미몽의 환상이다. 단통법 전에도 지원금 상한의 규제 속에서도 단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음성적으로 가격 경쟁을 해온 것이 통신시장이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인 시장을 대형 전자제품 유통회사가 먼저 장악하고 있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는 영세사업자들이 난립한 완전 경쟁 시장을 이루는 구조적 차이점을 무시하고 있다.
우리 통신·단말기 유통시장은 법으로 묶지 않으면 과잉 경쟁을 걱정할 만큼 치열한 파편화된 경쟁시장이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소비자의 선택을 줄이는 것으로 시장에 대한 또 다른 규제일 뿐이고 이통사에 대한 반기업 선동일 뿐이다.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단통법 같은 규제 악법을 폐지하고 단말기 유심 완전 개방 등의 경쟁 촉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