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여기서 나가면 죽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싸웁시다.”
23일 서울시 송파구 거여지구 재개발 대상지에 있는 버스 업체 ‘송파상운’ 차고지. 강제 철거를 위해 동원된 굴착기를 막기 위해 한 송파상운 노조원이 폭이 30㎝도 안돼 보이는 암 실린더에 위태롭게 매달리며 이렇게 외쳤다. 다른 쪽에서는 200여명의 송파상운 노조원들이 자신들이 운행하는 버스 위에 올라가 오물과 물 폭탄을 날리며 강제 철거를 하러 온 840여명의 집행관들과 격렬히 대치했다. 양측의 충돌로 소화기 연기가 주변에 자욱해 차고지는 마치 거대한 화생방 훈련장을 연상하게 했다.
이날 서울동부지방법원·집행사무소·재건축조합이 마천동 송파상운 차고지에 대한 강제 철거를 집행하면서 노조원들과 충돌, 부상자가 4명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충돌은 거여2-2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차고지가 재개발 대상지에 있어 재개발조합 측이 이를 비워달라고 요구했지만 송파상운 노조원들이 보상비 부족과 대체 차고지 미확보 등을 이유로 반발한 것이다.
이날 양측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버스 운행이 중단돼 애꿎은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봤다. 이날 송파상운 소속 시내버스 9개 노선, 104대는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는 급한 대로 해당 노선에 다른 지역에서 운행 중인 버스 58대를 긴급 투입했지만 평소 운행 대수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버스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모(42)씨는 “임시 버스가 다닌다고는 하지만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며 “안과 예약시간에 늦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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