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김원회 전 홈플러스 본부장에 징역 4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본부장에 금고 3년을 내렸다. 각각 징역 5년, 금고 4년이 선고된 1심보다 감형된 것. 두 회사로부터 요청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한 용마산업사 대표 김모씨에겐 금고 3년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해 피해자들을 폐손상으로 사상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칠치사상)로 기소된 바 있다. 김 전 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용기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 등 거짓의 표시문구를 사용했다는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대부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지 예견할 수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가습기의 작동원리와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법, 일반 소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이 안전한 성분인지 의심을 제기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할 경우 장애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제조방법을 그대로 따라한 PB제품이기 때문에 주의 의무가 없다는 피고인들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제조를 의뢰해 PB제품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유통업자보다는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기존 제품의 안전성 등을 확인하지 않고 모방하는 PB제품 제조 관행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판매 전에 안전성을 확인했더라면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시중에 나온 제품을 모방해 PB제품을 만드는 관행에 따르는 바람에 이를 간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그동안 원인도 모르는 호흡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호흡기구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중한 장애를 입게됐다”며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끔직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던 회사의 임직원들로서 그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향후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피고인들에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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