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만난 이세영은 “우리가 작품을 하는 이유가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애정을 담아서 했고, 끝까지 지치면 놓을 수도 있었지만 모든 스태프들이 애정을 담아서 임했다. 사랑하는 스태프, 배우들이 이만큼 고생했는데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애틋했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장기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이어 한 달 만에 ‘최고의 한방’을 연속해서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나는 매 작품을 힘겹게 찍는 편이다. 하지만 ‘월계수’ 때는 밝은 분위기였다. ‘최고의 한방’ 때 역시 내가 힘들고 고민하는 순간이 있어도 현장에서 힘이 저절로 났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됐다. 내가 원래 체력이 좋지만 곧바로 이어서 작품을 하느라 지칠 수도 있었는데, 그걸 메워준 것이 스태프, 배우들의 열정이었다. ‘최고의 한방’ 팀은 다들 위트가 있었다. 현장 분위기도 젊고 웃음이 넘쳐났다. 나 또한 해피바이러스를 주려고 했다.”
“호흡이 길든 짧든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나는 ‘월계수’도 ‘최고의 한방’도 다 좋았다. 각 현장만의 색깔이 다 있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도, 스태프들의 몫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크게 한 몫 했다. 우리가 세트장에서 촬영할 때 옆 세트장에서 예전 ‘월계수’ 스태프 분들이 ‘최강 배달꾼’ 스태프로 계시더라. 그 스태프 언니가 너무 반가워서 울면서 ‘언니 보고 싶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최고의 한방’에서 라준모 PD로 연출을 한 차태현은 감독으로서 어땠나?
“그런 감독님은 처음 봤다. 사실 차태현 선배님은 자세히 보면 꽃미남이시다.(웃음) 현장에서 윤시윤과 키스신을 찍는데 BGM을 틀어주고는 키스하는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하셨을 정도로 유머가 넘치셨다. 역시나 연기할 때 어려우면 즉각적으로 여쭤볼 수 있었다. 덕분에 연기할 때 너무 편했다. 유호진 PD님은 체력적으로 힘드셨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꾸준히 잘 버텨주셨다. 디테일하시고 섬세하기고 꼼꼼하시다. 커뮤니케이션도 너무 잘 됐다. 배우들의 요구를 잘 이해하시려 했다. 드라마 전문 PD님들도 연출하기 힘든 장면들이 있었는데 유호진 PD님은 예능적인 것과 함께 드라마적인 감정선을 잘 짚어내셨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차태현, 연출 환경에 금방 적응했나?
“이번에 재미있는 날들이었다. 만약에 다음에도 PD를 하신다면 기대가 많이 될 것이다. 차태현 선배님이 책임감도 강하시다. 차태현 선배님도 유호진 PD님 만큼이나 작품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촬영 시작할 때도 눈이 빨갰는데, 아이 셋의 가정을 이끌어 가시면서 작업하시고. 스태프들도 대단하신 것 같다. 우리 스태프들 중에 유독 가정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건강 걱정이 많이 됐다.”
“유호진 PD님도 바쁘게 촬영하시느라 안타까워 보였다. 같이 작업한 분들이 너무 좋았다. 프로페셔널 하신 모습이 어찌나 다들 멋있으시던지. 나는 잘생긴 사람을 봐도 감흥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자기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 FD 막내분들에게도 정이 많이 간다.”
-그런 현장에서 이세영에게 붙은 애칭이 있었나?
“‘톡톡톡~’으로 불러주시더라. 극 중 술 마시고 한 대사를 자꾸 놀리듯이 부르셔서 너무 수치스러웠다.(웃음) 스스로 ‘우쯩이’라고도 많이 했다. 말도 안 되지만 일종의 노동요 같은 거라 보면 된다.”
-‘최고의 한방’을 통해 유독 얻은 게 많아 보인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깊어졌다. 나는 현장이 너무 좋다. 다들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잘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찌들어있었는데, 그 모습이 애틋하면서 한편으론 멋있어 보이는 거다. 얘기를 나눌 때는 너무 좋은 오빠, 삼촌인데 작업할 때는 더 멋있었다. 졸린데 참으려고 하는 모습이 애잔하고 정감 갔다. 자주 입는 옷들도 생각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사극을 오랜만에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한복을 굉장히 좋아한다.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2012년에 ‘대왕의 꿈’을 하고 아직 사극을 못 했다. 내 나이 대에 맞는 작품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가능한 한 다 해보고 싶다.”
-촬영이 없을 때는 무엇으로 여가시간을 즐기나?
“번지점프를 좋아한다. 내가 스키, 수영을 못 하는데 번지점프는 좋아한다. 최근에 하와이에 갔을 때도 스노클링을 했는데 물 속 공간이 너무 좋더라. 혼자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더라. 번지점프를 하면 외롭지 않으면서 평화로운 특유의 느낌이 있다. 물속도 그렇다. 나에게 그 시간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치 앞만 바라보다가 물고기를 보니 괜히 눈물이 나기도 했다. 이번에 하와이에 다녀오고서 물속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이번 하와이 여행으로 힐링이 많이 됐나 보다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을 갔는데, 그곳은 너무나 축복받은 섬이다. 6박 8일간 갔는데 자연 풍광이 너무 예뻤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그대로 맞아도 되는 곳이었다.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곳이었다.”
-당분간의 계획은?
“이번 달 정도까지 쉬고 차기작을 검토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저희 언니가 결혼해서 언니랑 시간을 가져야겠다. 언니랑 결혼 전 마지막 여행을 다녀올까 한다.”
개인저/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