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이민정책과 연설 내용을 칭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했다가 사실 아닌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당사자들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전화는 아니고 실제 그런 대화는 있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전화로 자신의 이민정책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국경은 엄청난 문제였고, 약 80%는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며 “멕시코 대통령까지도 나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의 칭찬을 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국경으로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멕시코 대통령궁은 성명을 통해 니에토 대통령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니에토 대통령이 단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올해 상반기 미국이 추방한 멕시코인이 지난해 동기보다 31% 줄었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G20 정상회의 때 있었던 두 정상 간의 대화를 다시 언급한 것이라고 급히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4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보이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연설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스카우트연맹 회장이 전화로 그동안 들은 연설 중 내 연설이 최고였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인터뷰 전문을 입수해 2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보이스카우트연맹 관계자들은 이런 전화통화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주자와 ‘오바마케어’, ‘가짜뉴스’ 등을 비난해 거센 역풍이 일었다. 마이클 서르보 보이스카우트 연맹 회장은 추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발언을 두고 공식 사과까지 해야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보이스카우트 지도부의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연설을 칭찬한 것”이라면서도 대통령과 통화한 보이스카우트 지도부는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을 추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샌더스 대변인은 “나는 그것을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겠다”며 “그건 너무 나간 공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런 대화들은 실제로 있었다”며 “단지 전화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뿐…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들은 얘기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거짓말에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 퀴니피액대학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같은 조사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는 61%였다. 특히 응답자 71%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그가 정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62%에 달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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