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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차라리 이재용에 정유라 미리 보고했으면 스톱시켰을 것…후회들어”

40년 삼성맨 마지막 증언

“후계자 구설수 안오르게

정유라 승마지원 보고 안해”

“JY에 보고 관계 아니다”

특검에 정정 요구도

삼성전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 중에 경영을 총괄했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정유라 승마 지원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삼성 후계자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책임지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최 전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의 피고인 신문에서 일관되게 “정씨 지원 문제를 이 부회장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지시한 건 올림픽 승마 지원이었고 최순실씨 딸 정씨 얘기는 없었다”며 “최씨가 뒤에서 장난을 쳐 (승마지원 명단에 정씨를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을 부회장에 옮기는 게 적절한가 생각해 정씨 얘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부회장은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이 부회장에 보고하고 그가 ‘그런 일 해도 되겠냐’고 하면서 스톱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후회도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최 전 부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 말께 “승마 지원이 잘 되고 있느냐”고 넌지시 물었고 최 전 부회장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그 해 8월26일 최씨 소유 코어스포츠와 정씨 승마 지원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지난해 2월15일 직전에 승마 지원 현황을 간략히 보고했고 그때도 정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8~9월께 정씨 지원 등 상세한 내막을 이 부회장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 전 부회장에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에서 정씨 승마 지원에 이르는 각종 현안에 관여했는지를 집중해서 물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필수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40년을 삼성에서 근속한 최 전 부회장은 “곧 후계자가 될 사람(이 부회장)이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 하는 게 좋겠나 싶은 생각에서 정씨 지원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전실장으로 재직한 기간(2012~2017년)에는 “주요 의사결정은 제 책임하에서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의전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있고 좋은 뜻에서 총수라고 하니 밖에서 (최고결정권자라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중 검사에게 “대화 중 거슬려서 말씀드린다. 제가 이재용 부회장에 보고하는 관계는 (회사를) 관둘 때까지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전 부회장은 자신이 정씨의 존재,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건 2015년 8월3일이라고 했다. 앞서 7월25일 박 전 대통령에게서 “승마 지원을 안 한다”는 질책을 들은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을 불러 “내가 왜 혼이 나야 하느냐”며 야단쳤다. 이어 박 전 사장은 독일로 건너가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최씨와 정씨의 존재는 물론 정씨를 올림픽 승마 지원 계획에 포함시켜달라는 최씨 요구를 들은 뒤 8월3일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에 보고했다. 최 전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것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알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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