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선발투수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합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류현진(30)의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1)를 영입하면서 꿈같은 시나리오에 밑그림이 그려졌다.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1일(이하 한국시간) 이번 시장의 최대어 중 한 명인 오른손 투수 다르빗슈를 텍사스에서 데려왔다. 유망주 3명을 내주는 대신 올 시즌에 ‘올인’한 것이다. 또 신시내티에서 왼손 토니 싱그라니를 영입해 불펜도 보강했다. 다저스는 현재 74승31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705)를 달리고 있다.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본 것이다. 월드시리즈 진출도 지난 1988년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정규리그 승률이 포스트시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 법.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5전3승)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승), 월드시리즈(7전4승)까지 내다보고 다르빗슈를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 다르빗슈는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다저스에 남을지 알 수 없다. 남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위한 ‘조커’인 셈이다.
일본프로야구(7년간 93승)를 거쳐 2012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1선발로 활약한 다르빗슈는 5시즌 통산 52승(39패 평균자책점 3.42)을 자랑한다. 팔꿈치 수술로 2015년을 쉬었지만 구위는 여전히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 성적은 6승9패 평균자책점 4.01. 파한 자이디 다저스 단장은 “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던질 수 있는 또 다른 선발을 원했다. 다르빗슈는 투수 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우리 수비진과 함께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저스는 클레이턴 커쇼-알렉스 우드-다르빗슈로 이어지는 강력한 3선발로 포스트시즌에 나설 계획이다.
다르빗슈의 등장으로 류현진의 입지는 또다시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다저스의 최근 선발 로테이션은 마에다 겐타-브록 스튜어트-우드-리치 힐-류현진 순이었다. 에이스 커쇼가 허리 부상, 브랜던 매카시가 손 부상으로 빠져 있어 류현진이 당장 불펜으로 강등될 일은 없겠지만 매카시와 커쇼는 곧 차례로 복귀할 예정이다. 험난한 선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라이벌전에서 보여준 7이닝 무실점 호투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오는 6일 뉴욕 메츠 원정으로 예상되는 다음 등판에서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쟁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일단 국내 팬들이 주목하는 경기는 2일 있을 애틀랜타전이다. 일본인 투수 마에다가 선발 등판한다. 마에다가 흔들릴 경우 류현진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4승 도전에 나설 수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84와3분의2이닝을 던져 3승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 중이다. 최근 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 투구를 이어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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