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작성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삼성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을 열어 청와대 민정실 소속으로 파견 근무했던 현직 검사 이모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중 메모 2장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A4 크기 용지에 자필로 적은 문건이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부터 민정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그에 따르면 근무 얼마 지나지 않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관련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메모를 작성했고, 우 전 수석이 삼성 검토를 지시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특검이 공개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경영권 승계 국면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 기여할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등의 내용이 기재됐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 행정관은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돼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됐다”며 “그러다 보니 이재용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검토 보고서가 작성됐고 초안용 메모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법정에서도 “(당시) 언론에 삼성 현안이 승계 문제라는 내용이 있어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 대해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임의로 방향이나 기조를 결정할 수 없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보고서는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했다고 했다.
이 전 행정관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책 결정을 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시를 받아 보고하는 역할이었다”며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검토해 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삼성에 관해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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