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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강한 남자' 뮤지컬 무대 홀린다

나폴레옹

조력자 시선으로 영웅의 삶 그려

화려한 무대·웅장한 음악 돋보여

시라노

연인과 친구 위해 헌신하는 검객

주연 홍광호 폭발적 가창력 선봬

벤허

왕용범 연출로 동명영화 재탄생

벤허 역에 유준상·박은태·카이

올 여름 뮤지컬 무대는 영웅들의 격전지가 됐다. 둘은 프랑스에서 온 실존 인물들로, 평민 출신으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황제가 된 나폴레옹과 30년 전쟁에 참전한 영웅이자 불의와 비겁함에 글과 말로 맞선 시라노. 이들에 맞서는 또 하나의 영웅은 로마제국주의에 저항한 유대인 영웅 벤허다. 30대 여성 관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듯 ‘강한 남자’ 판타지가 원 없이 펼쳐진다. 남성 영웅들을 부각하려다 보니 아쉽게도 상대역을 맡은 여성 주역들이 눈에 띄지 않거나 사랑에만 목매는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그럼에도 몰입감을 높이는 연기와 노래, 화려한 무대로 무장, 여성 관객층의 마음을 뒤흔들 매력 포인트는 충분하다.

◇광기에 물든 영웅의 몰락…애증의 캐릭터 ‘나폴레옹’





지난 15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나폴레옹’은 평민 출신 하급장교였던 나폴레옹이 정치적 야망 하나로 황위를 거머쥐는 과정, 이후 권력에 눈이 멀어 몰락하는 과정을 그의 조력자였던 탈레랑의 시선으로 그렸다. 모두가 평등하게 처벌받는 세상을 외치면서도 권력을 위해 대학살을 자행하고 동생까지 감옥에 가두는 나폴레옹의 이중적 면모는 물론 탈레랑의 말에 넘어가 사랑하는 여인 조세핀을 몰락시키는 모습까지 영웅이나 폭군을 넘어 나약한 인간이었던 나폴레옹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1994년 캐나다에서 초연했던 작품을 들여와 거의 창작 뮤지컬 수준으로 제작했는데 얇은 전막 스크린과 후면 스크린을 동원해 전쟁장면을 표현하는 등 화려한 무대 장치와 웅장한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탈레랑이 극 중간 중간 설명하는 방식, 많은 양의 대사 등 연극적 요소가 많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이를 통해 나폴레옹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은 부각된다. 21일 무대에서 나폴레옹 역을 연기한 한지상은 강렬한 눈빛 연기와 시원하게 터지는 고음, 애처로운 독백을 쉴새 없이 오가며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켰고 화려한 의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대관식 장면도 백미였다. 10월22일까지.

◇삼총사 달타냥의 모델…영웅보단 사랑꾼 면모 부각 ‘시라노’

뮤지컬 ‘시라노’에서 아름다운 시를 쓰는 언어의 마술사이면서도 코 콤플렉스로 정작 본인의 사랑에는 소극적인 시라노를 연기하는 홍광호 /사진제공=프로스랩


지난 7일 서울 역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이 실존인물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와 그의 사촌 카트린의 사연에 낭만적 상상력을 가미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실제 시라노는 왕실근위대로 30년 전재에 참전한 용맹한 전사였고 ‘달나라 여행기’ ‘해나라 여행기’ 등 사회풍자적 소설을 쓴 문학가였다.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단 스위프트,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고 ‘삼총사’ 속 달타냥의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뮤지컬 속 시라노는 전장에서는 목숨을 내걸 만큼 용맹스럽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를 위해 끝까지 헌신하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남자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시라노’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탁월한 검술 실력과 위풍당당한 면모를 갖춘 영웅 시라노를 위한, 시라노에 의한, 시라노의 뮤지컬이다. 특히 시라노 역을 맡은 홍광호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이 작품은 일부 팬들 사이에서 ‘홍광호 쇼’라고 불릴 정도로 남자 주인공 ‘시라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무대에서 거의 퇴장하지 않으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대부분의 넘버를 채운다.

아쉬운 점은 단조로운 스토리와 평타 수준의 음악.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팬텀’ 등으로 한국 뮤지컬 관객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안다는 평가를 받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지만 입과 귀에 맴도는 중독성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희곡에서는 강인하고 진취적인 캐릭터였던 록산의 매력도 이번 뮤지컬에선 제한적으로 그려진다. 생사가 엇갈리는 전쟁터에 빵을 짊어지고 찾아오고 낭만적인 사랑 표현만을 애걸하는 록산은 철부지같기만 하다. 10월8일까지.



◇기념비적 영화 속 영웅…운명의 개척자 ‘벤허’



앞선 두 영웅과 달리 벤허는 루 월리스(Lew Wallace)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나 인지도는 높다. 소설을 바탕으로 1959년 제작된 영화 ‘벤허’가 영화사에선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히는 탓이다.

다음 달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벤허’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 사상 최고의 성과를 냈던 왕용범 연출과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서기 26년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유대 귀족 유다 벤허의 삶을 그린다. 인물 내면에 초점을 맞춘 밀도 있는 스토리라인으로 정평이 난 제작팀인 만큼 이번 무대에서도 역사의 흐름에 맞춰 부침을 겪는 벤허의 삶을 치밀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특히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2,500마리의 말, 200마리의 낙타가 동원된 전차 경주 장면과 해상전투 장면 등을 백미로 꼽는데 이를 어떻게 무대에 구현할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벤허에서도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게 된 이성준 감독이 웅장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선율을 예고하고 있다.

귀족 가문의 자제에서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기구한 운명의 ‘유다 벤허’ 역에는 유준상, 박은태, 카이가 열연할 예정이다. 10월29일까지.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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