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HNA그룹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뉴욕 소재 자선재단인 하이난성츠항공익기금회(츠항기금회)의 미국·중국법인과 개인 12명 등 회사의 주요 주주를 밝혔다고 전했다. 회사 측이 밝힌 최대주주는 각각 29.5%, 22.75%의 지분을 보유한 츠항기금회 미국 및 중국법인으로 드러났으며 HNA그룹 공동창업자인 천펑 회장과 왕젠 이사장도 각각 지분 14.9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HNA그룹은 “츠항기금회가 언젠가는 그룹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주주들은 사임 또는 사망 시 츠항기금회에 주식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HNA그룹의 실질적 대주주로 알려졌던 의문의 사업가 관쥔의 이름은 주주명단에 없었다. 애덤 탄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관쥔은) 우리를 위해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의 주식은 츠항기금회 미국법인으로 양도됐다고 밝혔다.
■비상장사인데 지배구조 밝힌 이유
월가 거래중지 움직임에 대응
中 당국, 기업 감독강화도 영향
비상장사인 HNA그룹이 지배구조 공개 의무가 없는데도 주주 명단을 전격 공개한 것은 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제기돼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이 이날 밝혔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 은행들 사이에서 HNA그룹과의 거래중단 움직임이 감지되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외신들은 BoA가 HNA와의 거래중지를 결정하고 다른 투자은행들에도 거래를 즉각 끊도록 권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 중국 은행감독위원회가 공격적 해외 M&A에 나섰던 중국 기업의 리스크 점검을 은행들에 지시하면서 감독이 강화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HNA그룹은 안방보험·포순인터내셔널·다롄완다그룹 등과 함께 중국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T는 지난해 12월 설립된 자선재단이 최대주주인 상황 등이 석연치 않다며 HNA그룹의 지배구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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