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무난히 통과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뒤엉킨 모양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한 문 후보자의 전날 답변이 실망스럽다며 검찰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은 ‘촛불민심’의 결과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이자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강조해온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인 만큼 여당은 공개적 비판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다. 속내는 복잡하다. 내심 떨떠름한 표정이 읽힌다. 야당이 이례적으로 비교적 흔쾌히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한 것과는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후보자의 청문회에 관해 “능력 검증에 집중한 전례 없는 청문회였다”며 “검찰개혁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점이 다소 아쉬웠다”고 밝혔다.
검사출신인 조 의원은 “문 후보자는 지금 불고 있는 개혁 태풍의 발원지가 검찰 자신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공수처 설치, 법무부 탈검찰화 등 개혁 과제에 변화된 의식과 전향적 사고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검찰의 직접수사·특별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 “(공수처보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영장제도는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온 관행” 등의 방어적 발언을 했다. 개혁론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의 박영선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기소권뿐 아니라 수사권도 가져야 한다고 한 문 후보자의 발언은 검찰 조직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면서 “고양이가 계속 생선을 안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 상당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만하면 됐다’는 의견도 여당 내에 없지 않다.애초 이번 총장 인사가 ‘우병우 사단’으로 지목된 검사들의 좌천성 발령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 파격 인사로 술렁이는 조직을 다독이고, 안정적인 검찰개혁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다.
문 후보자의 답변 중 미진했던 것으로 평가된 제도적 변화와 혁신은 검찰이 아닌 법무부에 맡길 일이라며 선을 긋는 여론도 있다. 민주당의 한 법조인 출신 재선 의원은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을 다독이는 측면이 청문회에서 부각됐고,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도 개혁은 법무부, 수사는 검찰이 맡게 돼 있으니 각자 사명에 충실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 역시 “일단 적폐 청산 의지에 큰 점수를 줬고, 제도 개혁은 법무부가 주로 하는 일이라 봐서 적격 의견으로 보고서를 채택해줬다”며 “어느 정도 양해가 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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