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사망한 김포공항경찰대 박모(22) 일경이 평소 부대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일경은 전입 후 우울증으로 인해 경찰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정신과 진료에 관해 부대 내 괴롭힘이 이어지자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일경의 부검감정서와 사진 자료를 공개했다. 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검감정서를 확인한 결과 박 일경의 몸에 길고 얇은 막대기 모양의 멍 자국이 있었으며 치유기전이 동반된 점을 미루어 볼 때 사망 시점 이전에 생긴 상처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일경의 종아리와 허벅지에서 상처가 두 군데 발견됐으며 다른 부위 표피층에도 치유시간이 경과해 발생시각을 알기 어려운 상처가 다수 있었다. 김 교수는 “부검감정서에 ‘근육 속 출혈 및 염증 반응’으로 표기돼 있었고 ‘국소적으로 둔력이 작용해 형성된 손상’이라는 설명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경찰 당국은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검시 사진만 봐도 구타로 추정되는 흔적이 명백한데 경찰은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근거로 구타, 가혹행위가 없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또 “검시 사진을 요구했지만 수사 자료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상처에 대해 공항경찰대에 문의하자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긁혀서 나온 상처’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국가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시신의 재부검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와 유가족 측은 △사건발생지인 강서경찰서 대신 양천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는 이유를 밝힐 것 △김포공항경찰대 간부들을 보직 해임하고 처벌할 것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부실수사 책임으로 파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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