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m아카데미]당신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오지열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위험 회피성향 정확히 파악할수록 합리적 의사결정 가능

오지열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부의 신고리 원전 5·6기 공사 중단 및 원점 재검토 지시로 인해 촉발된 탈원전 논쟁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 등 원자력 발전에 내재된 위험성을 강조하며 빠른 시일 내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체를 추진하는 찬성 측과 우리나라의 지형 및 산업 구조의 특성상 신재생 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은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얼마 전 ‘썰전’에서 보여준 유시민 작가와 박형준 교수의 치열한 토론은 양측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첨예한 탈원전 논쟁...해법은 위험 가치 평가

사고 발생률·피해 추산에 대한 평균값 따라

납득 가능한 전기요금 인상 범위 달라져

신상품 출시·정책 결정 전 빅데이터 구축 필수



옵션별 투자성향 심층 파악 통해 데이터 활용

정교한 상품 추천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돌풍

그러나 열띤 토론 와중에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 하나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바로 원전 사고 및 방사능 누출 등과 같이 발생확률이 매우 낮지만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선호 체계를 갖고 있고 어떤 가치 평가를 매기고 있는지다. 즉 0.01%의 확률로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 몇 명, 이재민 몇 명이 예상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사고 위험에 대한 정확한 예측치와 피해 추산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를 막기 위해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사람의 목숨, 건강, 가족 간의 행복과 정신적 안정 등과 같은 요소에까지 일괄적으로 금전적 가치 평가를 매긴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 속에 이러한 가치 평가가 암묵적으로 녹아들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일례로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버스 사고의 경우 모든 시내, 시외버스에 긴급 강제 제동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지금까지 일괄적으로 모든 버스에 도입되지 못했던 것은 결국 경영진이 사고 발생 확률 및 발생 시 예상되는 물적·인적, 그리고 회사의 평판에 대한 피해의 금전적 가치가 시스템 도입 비용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은 최근 일련의 사고들을 통해 우리 모두 너무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조직 구성원의, 나아가서는 국민 개개인의 위험 감수 성향을 최대한 정교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최근 메릴린치·JP모건 등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또한 궁극적인 업무만 놓고 보면 기존의 투자자문 업무와 동일한 금융상품 추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은 그 정교함에 있다. 고객 한 사람마다 지루하다 느껴질 정도로 긴 설문조사를 선행함으로써 그의 위험 회피 성향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에 금융상품 추천이 더 세밀하게 잘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춰 봤을 때 이번 탈원전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국민들의 위험 회피 성향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데이터 구축이 선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이는 비단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기업 역시 신상품 출시와 안전 옵션의 가격 책정 등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객의 위험 회피 성향을 아직 세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진보로 빅데이터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지금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양한 조건하에서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다. 비록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소요되더라도 이와 같은 과정은 향후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