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에서는 정전 64주년 기획 ‘2달러의 우정’ 편이 전파를 탄다.
▲ 축제처럼 떠들썩한 가평고등학교의 졸업식! 65년간, 장학금을 들고 대륙을 건너오는 특별한 손님들.
가평 외곽의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가평고등학교 졸업식이 매년 떠들썩하다. 어떤 해에는 육군 의장대가 오기도 하고 군악대가 요란하게 마을을 누비기도 한다. 번쩍번쩍한 별을 단 한국군 장군들은 물론 멀리 미국에서도 영관급 장교들과 노병들이 찾아온다. 미국에서 오는 이 특별한 손님들은 모두 미 보병 제 40사단 소속 사람들이다.
특히 노병들은 80대의 노구를 이끌고 미 보병 40사단 참전용사들이 모은 장학금(우리 돈 약 1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 그보다 몇 배나 되는 돈을 들여서 60년동안 잊지 않고 찾아온다. 그 바람에 가평고등학교 졸업식은 늘 축제다.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미 보병 40사단은 원래 전투 후방을 지원하는 지원부대였지만, 한국전쟁의 양상이 시각해지자 전투에 투입되었다. 그들이 주둔했던 곳이 바로 가평이다. 그런데 그들은 포화로 자욱한 전쟁터에서 그들은 기이한 장면을 보게 된다. 멀리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 하루가 멀다 하고 산으로 방공호로 숨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천막학교를 세우고 공부를 계속하게 한 것이다.
▲ 치열했던 서부전선에서 싹튼 감동! ‘전쟁 중에도 자녀를 공부시키는 한국인에겐 희망이 있다’ 클리랜드 장군과 1만 오천명 40사단의 미군들 2달러씩 기금을 모아 학교를 세우다.
전쟁 중에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한국인들에게 감동한 조셉 클리랜드(Joseph Cleland) 장군은 이들을 돕기로 결심하고 캘리포니아 본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만 오천명의 40사단 장교들과 병사들이 모두 2달러씩 기금을 모아 약 3만 달러를 모아 학교 건축에 착수했다. 설계는 40사단 160연대 공병장교 에이스 대위가 담당했는데, 그는 하버드 대학 건축학과를 나온 설계전문가였다. 40사단 병사들이 전방에서 전투를 하는 동안 에이스 대위과 공병대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학교 건설에 전력을 기울였다. 드디어 세계적인 수준의 공병대와 마을 주민들은 40일 만에 학교를 완성했다. 학교 건축 표지석에는 이 학교는 미보병 40사단 장병들이 한국의 미래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세웠다‘는 설립취지도 남겨 오늘까지 전해오고 있다.
▲ 미국에서도 잊혀진 19살 소년병의 이름, 가이사. 소년병의 이름이 학교에 남게 된 감동스토리! ‘내 이름이 아닌, 최초의 전사자 가이사 중사의 이름을 붙여라’
그렇게 천막교실이 있던 곳에 벽돌로 지어진 학교가 들어섰고, 40사단의 병사들은 학교 이름에 사단장의 이름을 붙여 클리랜드 가평중학원이라고 짓으려고 했다. 그러나 클리랜드 장군은 이를 완강히 거절하고, 어린 나이에 한국의 평화를 위해 싸우다 죽은, 40사단 최초의 전사자 가이사의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전쟁이 끝나고 40사단 병사들도 철수했다. 하지만 클리랜드와 40사단 장병들은 첫 졸업식이 있었던 54년부터 매년, 약 500불의 장학금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세상을 떠나던 75년까지 계속 가평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죽기 전에 ‘내 연금의 일부로 가평의 아이들을 계속해서 도와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에 따라 그의 아내 캐토트 클리랜드가 30년동안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2004년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 800명 학생들의 마음을 안고 미국으로 간 3명의 학생. 이제, 우리가 이 역사를 기억하겠습니다. 새롭게 쓰는 이야기, 새롭게 쓰는 역사.
세월이 흐르면서 졸업식을 찾아오던 병사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점점 65년 전 감동의 역사도 잊혀져가고 있다. 올해는 단 한 명의 노병만이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를 지켜본 학교 측에서는 ‘지난 65년간은 저들이 ’사랑과 우정의 이름으로‘ 이 역사를 지켜왔다. 이젠 우리가 ’감사함‘으로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할 차례’ 라고 판단하고, 40사단 감사 방문 여행을 계획한다. 800명 학생들을 모두 보낼 순 없기에 엄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3명의 대표단을 꾸리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여비와 방문 행사를 준비하는 등, ‘엉뚱한 발상’을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선발된 3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미국으로 향하고, 40사단을 찾아 감동적인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단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멀고 먼 길을 달려온 3명의 학생, 전쟁터에서 싹튼 감동의 휴머니즘과 아름다운 우정을 기억하기 위한 이들의 여행은, 또 한 번의 감동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KBS1 ‘다큐 공감’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