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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희망은 대북전략이 될 수 없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北 핵 능력으로 3대 정권 버텨

국제 제재 한계 내부붕괴 어려워

동맹국 中 설득해 압박 극대화

핵 폐기 전제 대화의 문 열어야





당파를 초월해 워싱턴의 많은 엘리트가 공유하는 북한에 관한 통념이 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이상한 헤어 스타일을 한 괴짜 독재자가 다스리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국가다. 김정은은 예측불가하고 비이성적이며 협상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기이하고 잔인한 북한 정권은 결국 붕괴할 것이나 그때까지 압박에 압박을 거듭하는 것만이 대북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념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북한 정권은 기본적인 정부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세습 왕조를 유지하며 거의 70년을 버텼다. 물론 잔인하고 억압적인 통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루마니아와 시리아·미얀마 등지의 다른 많은 독재 정권이 줄줄이 몰락한 것과 달리 북한은 국가 체제를 지켜냈다. 김정은은 젊지만 대단히 효율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보전했다. 그는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냈고 삼촌과 이복형을 비롯해 자신의 권력 유지에 위협을 가하는 요인들을 가차 없이 제거했다.

북한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라. 북한 정권은 소련 제국의 붕괴를 목격했고 뜨거운 이념적 동지였던 중국이 실용적인 무역국가로 변신해 세계시장으로 기꺼이 편입되는 충격적 광경을 지켜봤다. 이후 중국은 북한을 성가시게 여기는 듯 보였고 유엔의 대북 제재와 규탄 결의에 자주 동참했다. 게다가 세계 최강대국은 북한이 역사 속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미국이 중동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테러 공격을 당한 9·11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현재 상황’을 중국이 최종적으로 종식시켜주기를 원한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정권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 정권은 그동안 보험에 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제 문제 영역에서 최고의 보험은 핵 능력이다. 평양은 그들이 대규모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의 좁고 밀집된 작전 지형으로 볼 때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와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킬 재래식 전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과 중국이 핵무기보다 자국으로 유입될 수백만 명의 난민이 초래할 혼란을 더욱 두려워할 것이라는 정확한 결론에 도달했다.



일반적 통념과 달리 북한을 정권 생존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계산적인 집단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일지 모른다. 평양에 대한 추가 압박은 오히려 더 많은 보험에 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결의를 강화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미국의 대북정책 취약점을 보완할 첫 번째 방법은 중국을 설득해 동맹국인 북한에 확실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마라라고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해 초콜릿 케이크를 선사하는 정도로 이뤄질 일이 아니다. 베이징이 처할 악몽 같은 상황도 이해할 만하다. 거듭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이 붕괴하면 한반도는 워싱턴과 방위조약을 맺은 한국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중국은 거의 3만명에 달하는 미군 주둔 병력과 줄잡아 수십 개에 달하는 평양의 핵무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새로운 거인 한국과 국경을 맞대야 한다.

워싱턴은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주한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고 새로운 한국과의 방위조약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중국과 협력해 북한이 남긴 핵무기를 제거하겠다고 베이징에 약속해야 한다.

아울러 압박도 북한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만 통한다. 과거 평양은 한국전을 공식적으로 끝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미국은 1953년 북한과 종전협정이 아닌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른 선결 조건으로 북한은 체제 인정과 대북 제재 해제를 내걸었다. 지금 당장 평양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줘서는 안 되지만 핵 프로그램 완전 폐지라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전혀 해로울 것이 없다.

워싱턴에는 삼키기 힘들 정도로 쓴 약이지만 이에 대한 대안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해쳐가며 동맹국인 북한을 짓밟아주기를 기대하거나 북한의 내부 붕괴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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